EBS 여권 성향 이사들이 20일 이사장 교체를 시도했으나 다수를 차지한 야권 이사들 전원 불출석으로 이사회가 열리지 않아 무산됐다. 탄핵 소추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직무정지로 방통위의 EBS 신임 이사 선임 절차가 당분간 중단돼 후임자 임명까지 기존 EBS 이사들이 직을 유지하게 되며 일어난 일인데, 유시춘 이사장 임기 만료에 대한 해석을 두고 여야 이사들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 추천 강규형, 류영효, 신동호, 이준용 이사 4명은 ‘EBS 이사회 이사장 임기 만료에 따른 이사장 선임’을 안건으로 올려 이날 임시이사회 개최를 요구했으나 유시춘 이사장 등 야권 이사 5명이 불참해 이사회는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않았다. 그에 앞서 12일 ‘8기 EBS 이사회 임기 만료 및 직무수행 기간 연장에 따른 후속대책 논의’ 보고 안건으로 열린 이사회에서 여권 이사들은 “제8기 이사들의 당초 임기가 끝났기 때문에 지금 이사회는 제8기 이사회가 아닌 새로운 이사회이며 따라서 이사장도 새로 선임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유 이사장과 김선남, 문종대, 박태경, 조호연 이사 등 EBS 야권 이사 5명은 21일 입장문을 내어 전날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 어떤 법 규정에도 없고,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이사장 임기만료’라는 용어를 창조해 현 이사장을 끌어내리려고 획책한 회의였기 때문”이라며 “그 회의에 참석해 ‘이사장 임기만료에 따른 이사장 선임’ 안건을 토론하고 의결하는 것만으로도 ‘이사장 임기만료’라는 비법적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BS 정관 제8조엔 ‘후임 이사가 임명되지 않을 경우 기존 이사가 직무를 수행한다’고 나와 있다. 이들 이사는 “EBS와 관련된 그 어느 법과 규정을 다 뒤져봐도 이사들의 임기는 있으나 ‘이사장의 임기’란 용어는 없다. 따라서 ‘이사장의 임기만료’라는 말도 있을 수 없다”며 “여권 이사들은 법 규정에도 없는 용어를 창조해 유시춘 이사장을 끌어내리려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했다.
EBS 이사회는 26일 ‘제8기 EBS 이사회 직무 수행의 연장에 따른 이사장 직무 수행 연장 확인’ 의결 안건을 논의한다. 한편,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혐의로 수사를 받는 유시춘 이사장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가 이뤄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8월 말 유 이사장을 불러 1차 대면조사를 한 데 이어 이달 초 2차 조사를 벌였다. 앞서 4월30일 검찰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EBS 사옥에 위치한 유시춘 이사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