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쓴다. 김종화 중부일보 기자의 과거를 간단히 표현하자면 이럴 듯싶다. 요즘엔 ‘서해랑길’이다. 올해 2월부터 <김기자의 로드트레킹>을 연재한다. 전라남도 해남군 땅끝마을에서 인천시 강화 평화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국내 최장 109개 1800여km 트레킹 코스를 모두 걷고 쓰는 여행기사다. 현재 12코스에 이르렀으니 이제 10분의 1쯤 왔다. 지난 6월28일에도 전북 부안과 군산을 취재하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그는 “한반도 서쪽 해안지역의 다양한 자연환경과 지역의 생활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길이어서 선택했다. 통상 지역신문은 지역 소식을 발굴한다지만 경기인천 1600만명의 여행지는 수도권을 넘어선다. 그분들이 갈 만한 국내 좋은 곳, 새로운 곳을 더 많이 알리고 보여주려는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여행·레저 기자가 아니라 본업이 사회부장이다. 주중엔 ‘본캐’ 일을 하고 주말이 되면 ‘부캐’가 나선다. 휴일인 금·토요일을 앞둔 목요일 밤 대중교통으로 이동, 하루를 묵고 이틀을 취재한다. 멈춘 곳부터 이어 걷는 반복이다. “버스나 기차에서 마감할 때가 많다.” 멋진 풍경과 코스, 역사, 유적을 소개하고 ‘진도 다시마라면과 크림치즈대파김밥 추천’, ‘이정표와 실제 구간이 다른 코스 경고’처럼 정보, 감상을 더한다. 이렇게 매달 2·4째주 두 번을 움직이는데 이 추세면 서해랑길 완주엔 약 2년이 걸린다.
그런데 그 중 한 번은 또 “트레킹 마니아가 아닌 일반을 위한 여행지 안내”에 할애한다. 서해안을 벗어나 2월 문경새재, 3월 울릉도, 4월 제주, 5월 광주, 6월 삼척을 소개했다. “독자들이 그때그때 원할 정보도 줘야 하니까 5월 광주처럼, 시의에 맞춰 지역을 정하고 방문객이 생각해볼 지점을 던지거나 덜 유명하지만 지금 가볼만한 곳을 조명하고 있다. 결국 서해랑길엔 한 달에 한 번 가는데 완주에 3년은 걸릴 듯하다.”
시켜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분명 아니다. 다만 2003년 언론계 입문 후 중부일보, 경인일보에 몸담았고 프로야구단 홍보팀장을 거쳐 다시 2023년 6월 중부일보로 돌아온 기자의 전체 경력에선 이례적이지 않은 경로다. 아니 ‘걸어서 쓰는’ 기사야말로 ‘부캐’를 넘어 그의 개성을 여실히 드러낸 영역이었다. 이미 약 10년을 몸담았던 전 직장에서 연재 <고도기행>과 <이야기가 있는 길>, 주말판·섹션페이지 등을 통해 그는 100여편의 여행기사를 선보인 바 있다. “기자생활 초기 상대했던 40대 공무원 취재원들이 골프를 좋아했으면 골프를 했을 텐데, 등산을 좋아했다. 대화 공통주제가 필요하니까 등산을 한 건데 독자를 위한 글도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회사에 제안한 게 시작이었다.”
여행기사가 아니더라도 내내 ‘역마’처럼 국내·외를 오갔다. 경제부·문화체육부 기자로 DMZ나 두만강하류 무역삼각지대, 일본 프로 스포츠 구단 등을 다녀오는 장기기획을 다수했다. 2010년, 2014년엔 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 월드컵도 현지 취재했다. 그렇게 “(국내) 큰 산은 다 다녀봤고” “제주올레길, 지리산둘레길은 각각 3번 완주”했으며 “20여개국을 다녀온” 기자가 됐다. 이쯤 되면 일을 넘어 삶의 방식이다.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풀거나 리프레시하는 방법이 있을 텐데 트레킹이 제겐 그렇다. 걷다 보면 처음엔 화가 나고 생각이 많아지는데 어느 순간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제겐 고민에 나름의 답을 얻고 내려놓고 돌아오는 과정이다.”
절정은 히말라야에만 10번 이상 다녀온 발자취에서 드러난다. 2010년부터 지방자치단체나 소속 매체, 개인 차원에서 청소년 혹은 일반인 대상 탐험대를 기획하거나 취재하며 네팔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마나슬루, 나르푸, 마르디히말 등에 다녀왔다. 2015년엔 로체 원정대 동행취재 중 ‘네팔 대지진’을 겪고 재난현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북알프스와 다이세츠산 등정이나 종주까지, 거의 매년 1회 이상은 대형 트레킹 프로젝트를 해왔다.
다시 또 1976년생 기자는 걷고 쓰고 있다. “제안에 응해준 회사에 대한 책임감”, “킬러 콘텐츠 개발 차원”, “사회부원들의 협조”란 말처럼 생각이 많아진 연차지만 한결 같은 태도도 있다. “몸이 힘든 거 말고 다른 생각은 안 하려 한다. 비가 오면 ‘언제 맞아보겠나’ 맞아 보고, 해가 나면 ‘좋은 날이네’ 하고 순간을 잘 즐기면 된다. 연재과정이 쉽진 않지만 1800km를 다 걷고 돌아보면 행복할 거 같다. 등산도 글쓰기도 시작 때만큼 즐겁진 않은 고비가 오는데 마친 후 덜 아쉽게 하려 한다. 글이 트레커에게 약간의 도움이라도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