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이세요?” 이 질문이 이상하리만큼 적응되지 않는다. 채식의 단계 중 비건(Vegan)은 식물성 식품만 섭취하며 생선, 유제품 등을 모두 소비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을 주로 ‘비건’이라 부르지만 사실 난 불완전한 채식을 한다. ‘비덩(비덩어리)’다. 이는 덩어리로 된 고기는 먹지 않고 육수나 양념에 포함된 고기까지는 피하지 않는 유형이다.
누군가는 ‘그게 채식이냐’고 할까. 하지만 비건이 아닌 비덩은 비거니즘을 지향하면서도 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차선책이다. 사람들과 원활하게 먹고 놀고 대화하고 싶다. 골목마다 고깃집이 즐비해 있는 한국에서, 온갖 요리를 ‘육수’로 만드는 식당들 사이에서 비덩을 고려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회사에 들어가면 비덩조차 하지 못할까 걱정했다. 다행히 예상은 비껴갔다. 선배들은 자연스럽게 내 채식을 고려해주고 나도 용기를 내 취재원에게 양해를 구한다. 동기는 ‘도시두부가게X대한순두부’(새문안로5길 13)를 나에게 소개했다. 떠먹는 쌈밥정식<사진>과 영양버섯들깨순두부탕 등 메뉴판에 비건 여부가 적혀있어 선택이 편했다. 선배랑 ‘알트에이’(보광로109) 음식이 맛나다는 대화도 했다. 비건 탕수육과 짬뽕이 기억에 남는다. 휴일엔 새로운 비건 식당을 찾아다니는 즐거운 취미도 갖고 있다. ‘플랜튜드’(아이파크몰·스타필드코엑스점)의 고사리 오일스톡 파스타와 모듬버섯 두부강정, ‘카페시바’(한강대로 276-1)의 표고버섯 양념 후라이드가 참 맛있었다.
친한 이들을 한 번씩은 꼭 데려간 비건 식당도 있다. ‘남미플랜트랩’(방배천로4안길 55)이다. 비건 치즈야채피자는 꼭 맛보길 바란다. 바로 옆 카페 ‘거북이’(방배천로4안길 48)의 다양한 비건 케이크도 추천한다.
“불완전한 베지테리언 여럿이 완벽한 비건 1명보다 낫다”는 말을 좋아한다. 월요일만 채식하는 것도, 늘 가던 식당에서 일부러 고기가 포함되지 않은 메뉴를 택해보는 것도 좋다. 사람들의 마음과 노력이 모여 ‘채식 프렌들리’한 식당과 대화가 더욱 풍성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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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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