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미식 전성시대. 맛집 정보가 혼미할 정도로 넘치고 남녀노소 누구나 맛을 탐미해 기록을 남기는 요즘이다. 남들 다 아는 뻔한 맛, 리뷰 1000개쯤 우습게 넘기는 유명 식당은 과감히 제외했다. 숨은 맛집 뉴스를 전한다는 각오로 이 글을 쓴다.
맛에 진심인 기자가 추천하는 식당은 경북 김천에 자리한 ‘삼정한우촌’. 40개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방문 후기에 실망은 금물. 김천 토박이 중에서도 아는 사람만 안다는, 맛으로만 진검승부하는 식당이다. 이 식당을 소개한 지인 공무원의 말을 빌리면 올해 영업 13년 차인 이 식당이 김천에서 한우로 첫손에 꼽힌다고.
소고기구이 메뉴는 안창살과 차돌박이 단 두 가지다. 진짜 맛집일수록 메뉴 고민이 없는 법. 단출한 메뉴판에서 자신감이 읽힌다. 기본으로 깔리는 밑반찬부터 믿음직스럽다. 직접 담근 김치, 명이나물에 봄 제철을 맞은 미나리, 풍성한 쌈 채소까지 반찬만으로 밥상이 꽉 찬다. 주문 즉시 주방에서 안창살의 근막을 제거한다. 묵직한 돌판이 달궈지면 비계로 기름칠을 한 뒤 신선한 한우를 얹는다.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에 입안은 군침으로 가득하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고기 한 점 재빨리 입에 넣는다. 고기 굽기에 썩 재주가 없어도 수준급의 부드러움과 쫄깃한 식감이 허락되니 고기의 질은 일단 합격이다. 소금과 간장, 고추냉이를 취향에 맞게 곁들여 한우의 맛을 만끽한다.
이 식당의 화룡점정은 밥과 차돌 된장찌개다. 고기를 굽던 돌판에 된장찌개 재료를 그대로 쏟아 넣고 푹 끓인다. 봄이라 냉이도 아낌없이 들어갔다. 구운 소고기 특유의 감칠맛이 국물에 진득하게 뱄다. 인생 통틀어 고깃집에서 맛본 된장찌개 중 으뜸이다. 이 와중에 쌀밥까지 일품이다. 김천 쌀에 이웃 지역인 상주의 삼백미를 섞어 지은 밥에서 고기 못지않은 고소함이 씹힌다. 밑반찬부터 소고기와 밥, 찌개까지 이어지는 완벽한 빌드업이다.
나만 알고 싶지만,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마음으로 이 식당을 추천한다. 어디든 떠나기 좋은 봄날, 김천 나들이 계획이 있다면 이곳에서 한 끼가 어떨는지.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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