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노트북 시계가 8시15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젠 짐을 싸야 한다. 오늘은 마감 다 하고 편하게 저녁을 먹겠다는 다짐을 고이 접은 채 가방을 챙겼다. 마지막 주문 시각인 8시30분에 못 맞출까 봐 다급해져 결국 달렸다. 가까스로 3분 전에 도착했다.
2·6호선 합정역 7번 출구에서 약 900m 거리에 있는 스미비부타동. 상호명에서 알 수 있듯 부타동(돼지고기덮밥)을 파는 곳이다. 여기에 마제소바까지 해서 선택지는 사실상 두 개다. 덮밥을 좋아해서 그동안 부타동만 먹어봤는데,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직감했다. 생각날 때마다 찾는 나의 맛집이 하나 더 생겼다고.
알고 보니 ‘생생 정보통’에도 나왔다는 이 집의 주력 메뉴인 부타동은 기본에 충실하다. 소담한 흰 밥 위에 양념한 삼겹살과 썬 대파, 반숙 계란, 와사비를 얹었다. 고기가 그릇을 감싸듯 원형으로 둘러져 있어 보기에 좋고, 충분히 인스타그래머블하다. 파를 띄운 장국과 김치도 나온다. 밥 먹을 때 웬만하면 김치를 먹어야 하는 김치 애호가로서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재료가 서로 잘 어우러진다. 양념한 고기와 밥이 조금 느끼하다고 느껴질 때 와사비의 존재가 빛난다. 아삭거리는 파를 고기에 얹어 밥 한술을 뜨면 ‘이거다! 하는 내적 감탄이 절로 나온다. 미식가는 아니지만 냄새에 민감한 편인데 매번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이어서 만족하고 있다. 좀 더 풍미 있고 자극적인 맛을 원한다면 라유 소스를 곁들여서 먹으면 된다. 가게에서 추천한 방법이기도 하다.
지금의 장소로 이전하고 나서는 처음 방문할 만큼 요즘 통 못 와서 살짝 긴장했으나 좋아하던 맛은 그대로였다. 오랜만에 온 티도 냈다. 간장에 절인 반숙 계란이 기본인 걸 잊고 추가한 것이다. 그래서 이날은 반숙 두 개를 올린 나름의 ‘특별 메뉴’를 먹었다.
스미비부타동, 마제소바는 만원이다. 돼지고기를 올린 부타마제소바와 돼지고기양을 늘린 점보부타동은 각각 1만 3000원이다. 양이 적은 편이 아니라면 점보부타동도 성인 여자가 거뜬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고기를 잔뜩 먹고 싶을 때 종종 시킨다. 바 좌석이 많아 혼자 와도 멋쩍지 않고 편안한 점도 마음에 든다. 다음엔 꼭, 마감을 다 하고 가야지.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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