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뒤에 나는 늘 배고프다. 오자는 없는지 거듭 확인한 뒤 하루를 마무리한다. 온몸의 긴장이 차츰 풀린다. 헛헛함이 밀려온다. 물 한 잔을 마시고 나면 온갖 생각이 솟아난다. 거리로 나선다. 하루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마음이 울적한 날이 있다.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바로 가기 싫은 날에는 이곳을 찾는다. 홀로 생각을 정리하며 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지하철역 근처에 자리한 가게에 도착한다.
자리를 잡고 앉아 차림표를 보면 여느 중국요리 식당처럼 다양한 음식이 있다. 언제나 망설임 없이 나는 갑오징어 짬뽕을 주문한다. 평소 중화요리 식당에 가면 주로 짜장면을 먹는데 이 집에선 언제나 한결같다. 짬뽕은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여기만큼 내 마음에 들게 요리하는 집은 흔하지 않다. 선배와 식사 자리를 통해 알게 된 집인데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짬뽕 맛은 오랜만이라 참 반가웠다. 짬뽕 맛집으로 유명한 강릉이나 군산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있는 갑오징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홍합, 바지락 등 해산물이 가득하다. 여기에 콩나물, 양파와 같은 갖은 채소가 어우러진다.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 먼저 맛본다. 사골 육수로 만들어 깊은 맛이 느껴진다. 진한 국물을 몇 숟갈 떠먹다 보면 속이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맵지 않고 부드러운 국물이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갑오징어를 먹기 좋게 가위로 자른다. 면발도 나무랄 데 없이 쫄깃쫄깃하다. 후루룩 먹다 보면 순식간에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맵거나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이다. 면이 당기지 않는다면 밥도 좋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먹고 나면 또 찾게 될 맛이다. 한 그릇이면 다른 요리는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배부르다. 혼자 방문하는 게 아니라면 깐풍기, 탕수육과 같은 요리와 함께해도 좋다. 오늘 하루 지치고 힘들었다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갑오징어 짬뽕 한 그릇을 권한다. 봄꽃이 지기 전에 나도 다시 이곳을 찾아 짬뽕 한 그릇 하려고 한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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