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사회부 사건팀(경찰팀) ‘사스마와리’ 시절, ‘물’ 먹은 화요일 오전처럼 견디기 힘든 시간은 없었다.
월요일 저녁 캡이 주재하는 아이템 회의에서 시답잖은 기획 아이템을 내밀었다가 보기 좋게 깨진다. 그리고 삼겹살집-호프집-노래방-해장국집까지 도대체 그 끝을 알 수 없는 팀 회식이 이어진다.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기억도 없이 대충 눈 감았다 뜬 뒤 비몽사몽 출근한 경찰서 기자실. 타사 신문 1면과 3면을 사건팀 기사가 시커멓게 장식하고 있다.
재빨리 신문을 복사해 정독한 뒤 주위를 둘러보면 단독 기사를 쓴 타사 기자는 꼭 이럴 때 보이지 않는다. 어제 점심때만 해도 평소와 다름없이 함께 웃고 떠들었던 그 선수가 야속하고 얄밉기 짝이 없다.
하지만 어쩌랴. 여기저기 확인 뒤 급하게 아침 발제를 올리고, 심호흡한 뒤 캡에게 전화한다. 불과 5시간 전 해장국집에서 “잘하자”며 빈 잔을 채워주던 캡의 평소보다 더 찰진 욕설이 쏟아진다. 물론 물먹은 것보다 제대로 확인을 못해 욕을 먹었지만, 결과적으론 물도 먹고 욕도 먹은 아침.
기자실 담벼락에 기대 한숨을 쉬고 있으면, 동병상련의 타사 기자들이 한 명씩 차례로 나와 일광욕으로 지친 심신을 달랜다. 그리고 라인 최고참 선배가 “해장이나 하자. 발제해”라고 하면 ‘참된 해장’이 시작된다.
서울 중구 다동에 자리 잡은 업력 92년의 용금옥은 딱 그런 날 생각나는 집이다. 사실 맛집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된장 베이스의 익숙한 추어탕이 아닌 빨간색에 유부가 들어간 ‘서울식 추탕’이 처음엔 이상했지만, 먹다 보니 정이 들었다.
이 집은 특이하게도 탕과 함께 중화면보다는 얇고 소면보다는 두툼한 면과 밥을 동시에 준다. 모두 탕에 말아 넣고 청양고추, 대파를 잔뜩 올린 뒤 뚝배기에 얼굴을 파묻고 숟가락질을 하다 보면 정수리부터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반찬으로 나오는 숙주나물과 장아찌가 참 맛있는 집이다. 어느 정도 속이 풀렸다면 추어튀김에 ‘빨뚜’ 소주 한 잔으로 다시 ‘반까이’를 위한 투지를 채우기에도 좋은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