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한국일보 임직원 여러분. 먼저 여러분과 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2023년은 정말로 쉽지 않은 한 해였습니다. 경영 측면에선 경기 부진과 인플레가 동시에 엄습하면서 매출과 비용 양쪽에서 압박이 매우 컸습니다. 뉴스 보도와 관련해서도 정치 사회적으로, 또 언론 환경면에서 리스크가 매우 컸던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도 우리를 멈춰 세우지는 못했습니다. 빠를 때도 있고, 좀 더딜 때도 있었지만 한국일보는 또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가장 의미 있는 일 몇 가지 떠올린다면 저는 먼저 사옥 착공을 꼽겠습니다.
이제 약 3년여 후면, 우리는 서울의 새로운 중심 용산 사옥에서 일하게 됩니다. 우리 건물에서 기사를 쓰고, 우리 건물 식당에서 밥을 먹고, 이런 시무식도 우리 건물 강당에서 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 우리의 집을 갖기까지 장장 2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용산 사옥은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이며, 비전입니다. 작년 11월 사옥의 첫 삽을 뜬 것은 그 미래의 시작이자 희망의 출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의미 있는 일을 또 하나 꼽자면 독보적 기획보도들이 있습니다. 한국일보의 기획취재물들은 지난 해 수많은 상들을 석권했습니다. 특히 8월부터 11월까지 기획보도부문 4개월 연속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발군의 기획력과 꼼꼼한 취재력, 그리고 기사 편집 사진 영상 인터렉티브까지 아우르는 협업 능력은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한국일보 뉴스룸의 DNA’로 확고히 자리잡았다고 자부합니다. 아마도 지금 많은 독자들이, ‘한국일보가 이번엔 또 어떤 기막힌 심층기획을 보여줄까’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즐거운 기억으로 2023년을 마감했습니다. 이제 2024년을 새롭게 시작하며, 여러분께 몇 가지를 각별히 강조하려고 합니다.
우선 뉴스보도와 관련해 올해의 최고이벤트는 선거입니다. 정치는 점점 더 진영화, 팬덤화로 가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판세는 중도표심이 좌우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일보가 빛을 발할 시간입니다. 오로지 사실에 입각한 보도, 균형을 중시하는 보도, 편파 논란을 확실히 잠재울 보도를 통해 ‘한국일보가 곧 중도표심의 바로미터’라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주제도, 논리도, 제목도, 표현도 늘 신중하고 엄격하고 품격 있게 가야 합니다.
두번째는 디지털 혁신입니다.
지난해 많은 시간 토론을 했고, 끊임없이 점검도 했지만, 우리의 디지털 여정은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는 동안 포털의 탈뉴스화, 인공지능AI의 미디어전환 등 변화의 시계는 점점 빨라졌습니다. 올해는 반드시 의미 있는 시도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중 한두개라도 의미 있는 결실을 맺기를 기대합니다. 더 고민하고 더 소통하면서 전략과 플랫폼, 콘텐츠의 세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굴러가게 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익창출을 위한 노력입니다.
지난해 엄혹한 경영환경 속에서, 우리는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매출증대와 비용절감을 위한 관련 부서와 개인들의 헌신적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현재로선 올해 전망도 극히 불투명합니다. 때문에 이젠 개인기 아닌 시스템에 의한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작더라도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하고, 작더라도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열개 중 일곱 여덟은 실패할 지 모릅니다. 나머지 둘 셋도 첫 열매는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발굴과 탐색을 계속한다면, 시작은 미약해도 그 끝은 창대 한 결과가 올 것이라 믿습니다.
2024년은 창간 70주년이 되는 매우 뜻깊은 해입니다. 동화그룹과 한 가족이 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많은 기획기사와 행사들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차질없이 준비해서, 한국일보의 저력을 독자와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유감없이 보여줘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일보가 걸어온 70년 역사의 소중한 가치를,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롭게 시작한 지난 10년 역사의 소중한 의미를 우리 모두가 되새겼으면 합니다.
또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2024년을 위해 함께 손을 잡읍시다. 감사합니다.
한국일보 사장 이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