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가족 여러분. 2024년 푸른 용의 해, 갑진년이 밝았습니다. 대표이사 강병준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새해 인사를 올립니다. 새해에도 좋은 기운만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다 같이 만나는 시무식을 겸사겸사 고민했는데 올해도 신년사로 대신하게 됐습니다. 전체가 만나는 자리를 조만간 준비하겠습니다.
전자신문은 2023년,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3년 가까이 함께했던 호반그룹에서 벗어나 새 식구를 맞았습니다. 소프트웨어 대표 기업인 더존 그룹과 한 몸이 되었습니다. 척박한 미디어 환경에서 천군만마와 같은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 줄 것입니다. 대한민국 간판 IT기업과 테크 분야 대표 미디어가 만났으니 강력한 시너지도 예상됩니다. 새로운 미디어로서 이정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전자신문 시대’가 열렸습니다. 물론 잦은 대주주 변화로 피로감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주변 환경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이를 기회 삼아 중심을 잡고 비전을 세운다면 새로운 수준의 질적 성장이 가능합니다. 환경에 연연하지 않고 전문 미디어로서 오롯이 경쟁력을 쌓는다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다시 출발선에 섰다는 각오로 허리띠를 조여 매야 합니다. 꽃길일지, 자갈길일지는 결국 주체인 우리 몫입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하나는 조직 개편 배경이고 또 하나는 새해 경영과 관련한 당부입니다. 우리는 지난해 매출 390억원, 경상이익 20억원 가량을 달성했습니다. 40주년이었던 2022년에 올린 최대 실적 392억원, 21억원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경기 불황과 광고 시장 침체로 대부분 언론사가 적자를 면치 못한 상황에서 괄목할 경영 성과입니다. 주주사와 고객사 힘도 컸지만, 전자신문 가족 여러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수익 모델은 이미 한계에 달했고 주력 채널인 신문지면은 갈수록 독자와 멀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수년 전부터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신문의 위기’라는 말을 들었을 것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위기감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목을 조여 오는 느낌입니다. 콘텐츠 형태와 전달 방식에서 조직 문화, 사업 모델까지 과감한 혁신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지만 정작 실행에 있어서는 주저했던 게 현실입니다.
기업의 성장은 생존과 동격입니다. 기업이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크지 못하면 살아남기가 불가능합니다. 언론사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시쳇말로 돈을 벌어야 인력 충원, 임금과 복지 확대, 미래 투자 등 정상적인 기업 운영이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미디어가 가진 공공성, 공적인 가치 역시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뒤집어 보면 공적 사명감 역시 충분한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지켜 낼 수 있습니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가십성 기사로 온라인 클릭을 유도하며 악의적으로 기업을 공격하는 사이비 언론이 판치는 배경도 따져보면 그만큼 경영 상태가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조직 개편은 변화를 위한 첫 단추입니다. 내실과 외형 모두를 갖춘 건실한 ‘미래’ 전자신문을 위한 기반 구축 차원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목적은 ‘전문 미디어로서 영향력 확대와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 발굴’에 두었습니다. 크게 다섯 가지 방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1) 콘텐츠 분야는 기술 흐름에 맞게 재편해 시장과 고객 대응력을 높이고 2) 본부 체제로 새로운 미디어 모델을 시도하며 3) 사업 파트를 분산해 영업 리스트를 헷지하고 4) 지원실 신설로 투명 경영과 주주사 관계를 강화하고 5) 계열사 혹은 내부 중복 영역을 통합해 사업 시너지를 모색했습니다.
영업 조직에 가장 많은 변화를 많이 주었습니다. 광고와 협찬 위주의 사업 모델이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광고마케팅국을 광고팀으로 축소해 서비스국과 통합, ‘고객’이라는 큰 틀에서 같이 대응할 수 있도록 영업/서비스국으로 재편했습니다. 대신에 멤버십 기업과 신사업 발굴을 위해 ‘디지털미디어국’을 신설했습니다. 미디어국은 멤버십 기업 관리뿐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사업 발굴, 테크리더스 포럼 등 커뮤니티, 글로벌 전시회 등 신사업 중심으로 외형을 넓혀 나갈 계획입니다. 스탭 조직은 ‘경영지원실, 재무지원실, 사업지원실’ 3실로 구분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면서 모호했던 기능을 명확하게 정립했습니다. 경영지원은 노무/인사/총무, 재무 지원은 회계와 재무/채권 관리, 사업지원은 비전 수립에서 사옥 마련, 주주사와 그룹 관계사 대응, AI 등 디지털 전환 작업 등을 맡게 됩니다.
콘텐츠 조직인 편집국도 일부 손을 봤습니다.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먼저 내다보자는 차원입니다. 전통적으로 강했던 분야를 지키면서 새 시장에 대비하자는 목적입니다. ‘AI/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금융’에 개편의 무게 중심을 두었습니다. 특히 금융은 ‘디지털 금융본부’로 격상해 취약했던 증권, 보험,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 분야로 확대해 새 먹거리를 발굴할 계획입니다. 지방화 시대에 맞춰 전국부도 ‘전국본부’로 격상시켰고 본사는 물론 자회사로 흩어져 있던 영상 분야를 합쳐 ‘영상본부’를 신설했습니다. 본사와 분리돼 운영하는 온라인 부문도 통폐합할 예정이며 우선은 본사와 자회사 인력 교류를 통해 칸막이를 허물어 나갈 계획입니다. 벌써 3년 전입니다. 편집국장 재임 때 모토가 ‘색깔 있는 명품 신문’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주문한 게 ‘파괴력 있는 보도, 통찰력을 주는 칼럼, 해법을 제시하는 기획’이었습니다. 여기에 ‘미래를 겨냥한 사업 모델’을 추가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성공 여부는 결국 우리 의지에 달렸습니다. 여러분이 움직이지 않으면 변죽만 울리고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새해부터는 일하는 방법부터 바꿔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1) 제대로 일하기(Work hard), 2) 똑똑하게 일하기(Work smart), 3) 같이 일하기(Work together)’입니다. 대충 보여주기 위해서 일한다면 발전이 없습니다. 힘들게 일해야 보람도 있고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지고 근성 있게 처리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현명하게 일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입니다. 전자신문은 IT전문 미디어지만 불행히도 활용은 한참 뒤처집니다. AI를 비롯한 협업 도구를 주도적으로 도입해 디지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국내 최대 개발인력을 갖춘 더존 그룹이 역할을 해 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직의 칸막이를 허물어야 합니다. 융합의 시대는 결국 ‘같이’ 일하는 문화를 전제로 합니다. 전자신문 내부, 전자신문과 자회사, 전자신문과 주주와 고객이 함께 같은 방향을 보고 뛰어야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좀 길어졌습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대외적인 인지도 확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성과 있게 일하는 조직 문화’를 경영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따져보면 새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보다 더 나은 전자신문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자신문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열정과 의지를 갖고 도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바뀔 수 있습니다. 열정을 아끼지 않는 직원은 확실하게 보상해 주겠습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직원은 책임을 묻는 게 상식입니다. 대표가 먼저 뛰겠습니다. 간부들이 솔선수범하겠습니다. 선배들이 앞장서겠습니다.
42년이라는 전자신문 역사와 노하우, 지금까지 보여 준 여러분의 저력과 경쟁력이라면 어떤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더구나 더존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습니다. 올해는 더존과 함께 하는 사실상 원년입니다. 새로운 전자신문 역사의 시작입니다. 더 나은 전자신문을 위한 여정은 시작됐습니다. 서로를 믿고 ‘원팀’으로 함께 뛰어 봅시다. 팀만큼 강한 선수는 없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