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음식이다. 다만 중독성은 상당하다. 기자 역시 첫입을 댔을 때 뜨악했지만 3년 넘게, 특히 여름철엔 일주일에 두세 번 먹을 정도로 평양냉면을 자주 찾는다. 대구에는 2대 평양냉면 집이 있다. 부산 안면옥과 대동면옥. 대구에서 ‘부산’을 들이민 안면옥은 대구시민들의 마음을 금세 훔쳤다. 영업시간마저 재밌다. 4월에서 9월까지만 운영한다. 한해에 6개월만 집중해 장사하겠다는 건데 그만큼 맛에 자신 있다는 증거다. 평양냉면이지만 약간 한국식 냉면에 가까운 맛을 낸 탓일까. 대중성은 확실히 잡은 것 같다.
안면옥의 맛도 뛰어나지만 기자의 취향은 대동면옥의 평양냉면에 가깝다. 회사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안면옥의 평양냉면에 비해 덜 자극적이다. 쉽게 말해 싱겁다는 건데 이 싱거움에서 어떤 짙은 맛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온다. 이게 매력이다. 면은 메밀면. 덕분에 배부르게 먹어도 부대낌이 덜하다. 오이와 달걀, 배, 고기 몇 점으로 단순한 고명에 면을 감싸 먹은 뒤 국물을 한번 쭉 들이켠다. 싱거움이 만들어 내는 풍미는 대단하다.
대동면옥의 평양냉면 진가는 숙취가 가득한 날에 발휘된다. 전날 먹은 많은 양의 술로 발악하는 속을 짙은 듯 싱거운 국물이 한 번에 정리해준다. 웬만한 숙취해소제 저리 가라다. 기자는 주로 숟가락으로 국물을 무한정 떠먹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그러다보면 어느새 국물의 절반은 사라져 간다. 해장 음식으로는 이곳의 평양냉면이 단연코 최고가 아닐까.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 평양냉면으로 속을 달래놓으니 금세 소주 한잔이 생각난다. 가수 성시경이 한 방송에서 최고의 소주 안주는 ‘냉면’이라고 한 말을 기억한다. 속을 다스린 지 몇 분도 채 안 돼 소주가 생각나는 걸 보면 그의 말은 일리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술 한잔 털어놓고 냉면 국물 한입 털어놓으면 음주와 동시에 해장이 되는 셈인데 술을 무한정 먹겠다 싶어 기자는 참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도 대동면옥에선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 곧 겨울인데 무슨 평양냉면이냐고? 이열치열의 정신을 즐기는 자로 겨울에 즐기는 냉면은 매력이 있다. 다만 추운 날 찬 음식은 절대 싫다는 이들에겐 따끈한 한우갈비탕과 한우수육을 권한다. 중독성 강한 냉면만큼 담백한 맛에 또 푹 빠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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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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