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덩 썰어넣은 돼지머리, 부추 무침 싸먹기도 전에 군침이 싹

[기슐랭 가이드] 창원시 하동돼지국밥

대중적인 맛을 원한다면 이 글 읽기를 접으시라. 이곳의 맛은 ‘더티 섹시’다. 의인화하자면 장동건·원빈·고수처럼 정석 미남이 아니다. 거칠고 투박한데 이따금 생각나버리는 쾌남이랄까. 이곳은 전형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맛을 낸다. 30년 넘는 업력을 자랑하는 70대 할머니 사장님의 인심은 기본이요, 노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는 덤이다.


경남 창원NC파크 건너편 골목에 있는 ‘하동돼지국밥’은 좌식 테이블 네 개를 놓고 장사한다. 점심에 가면 부장님 연배쯤 돼 보이는 분들이 테이블을 닦고 있다.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탓에 단골손님들은 알아서 착착 먹을 준비를 한다.


갈색을 띠는 맑은 국물에 숭덩숭덩 썬 머리고기와 다리 살이 푸짐하게 들어있는 돼지국밥이다. 파가 고명으로 올라가고, 후추가 꽤 많이 뿌려져서 나온다. 밥은 따로 나온다. 요즘 일부 고급스러운 돼지국밥 식당은 고기를 삼겹살이나 항정살을 쓰기도 하는데 그곳이 세련된 발라드라면 하동 돼지국밥은 레드 제플린, 딥 퍼플의 하드락이다. ‘머리고기가 들어가야 돼지국밥이지!’라며 입 속으로 돌격하는 느낌이다.


국물 속 고기양이 상당하다. 이건 비밀인데, 주문할 때 “고기 마이(많이) 넣어주이소~”라고 하면 ‘요놈봐라?’라고 생각하는 건지 더 푸지게 고기를 담아주신다.


그리고 이곳만의 특제소스와 정구지(부추) 무침! 이게 진짜 요물이다. 특제소스는 기억하기에 간장에 자잘하게 고추와 마늘, 양파, 고추냉이가 들어간다. 우선 고기를 건져서 특제소스에 찍어서 먹는다. 정구지도 마찬가지로 국밥에서 건진 고기와 충분히 즐겨준다. 어느 정도 고기를 건져먹고 국밥 국물로 속을 적셨다면 2차전을 시작한다. 정구지 무침을 적당히 돼지국밥에 넣으면 얼큰한 돼지국밥을 즐길 수 있다. 전혀 새로운 맛을 낸다.


식사 후 가게를 나서는 순간부터 입술이 쩍쩍 들러붙는다. 정구지 무침 때문에 입에서는 파 맛이 하루 종일 감돈다. 그제야 왜 더티 섹시 국밥인지 알게 된다. 참, 간판은 ‘하동돼지국밥’이라고 돼 있지만, 네이버 지도에는 ‘하동돼지’라고 등록돼 있다. 비슷한 상호명이 많아서 주의해야 한다.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북17길 18-1. 돼지국밥 8000원.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채택된 분에겐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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