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포털' 미지의 세상으로… H랩 우주선의 세 파일럿

[인터뷰] 한국일보 디지털 실험조직 H랩 김유진·박지윤·손성원 기자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탐사선’이 필요하다. 미지의 환경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무리의 안착을 이끄는 역할이다. 최근 한국일보에선 디지털 탐사선을 자처하는 ‘H랩(Lab)’이 탄생했다. 이들의 임무는 종이신문 너머 디지털 세상에서 새로운 기술과 독자 그리고 성장 가능성 찾기다. 이륙 2개월째, H랩 탐사선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비행사로 나선 김유진‧박지윤‧손성원 기자에게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여정을 물었다.


H랩은 한국일보가 지난해 12월 미디어전략부 산하에 신설한 디지털 실험조직이다. 지난 1년여간 마음 돌봄 콘텐츠 ‘터치유’를 연재해온 손성원 기자, 현대인의 일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 ‘커리업’을 만든 박지윤 기자가 여기 속해있다. 미디어전략부 소속인 김유진 기자는 서비스 기획자이자 개발자, 디자이너로서 H랩의 키를 쥔 프로덕트 에디터다.

한국일보는 미디어전략부 산하에 실험조직인 ‘H랩’을 신설해 디지털 세상에서 새로운 기술과 독자, 성장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다. H랩 소속으로 디지털 브랜드 ‘커리업’을 담당하는 박지윤 기자, H랩 콘텐츠를 매니징하는 프로덕트 에디터 김유진 기자, 브랜드 ‘터치유’를 운영하는 손성원 기자. /한국일보 H랩


세 사람은 올 초 머리를 맞대고 H랩의 여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환경 변화와 타사 사례를 연구하고 자사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탈 포털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지금이라도 남들이 안 하는 방식으로 모험을 시작해야 한다.’


시장에서 호응을 얻은 터치유와 커리업을 기반으로 콘텐츠적 실험을 이어가되 형식적인 실험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터치유는 오디오를 더해 이용자 관여도를 높이고, 커리업은 비주얼을 강조한 인터랙티브를 적용해 주목도를 키우는 방식이다. 주로 텍스트 기사와 뉴스레터로 서비스하던 두 프로덕트를 구독형 버티컬 브랜드로 확장하는 과정이다.


H랩에 승선한 터치유와 커리업은 지난 4월 시즌2 오픈과 함께 이륙했다. 숱한 고민과 논의를 거쳐 두 브랜드 모두 진화한 모습이었다. 당초 2030 여성을 타깃으로 기획했던 터치유는 보다 대중적으로 리브랜딩했다. 손 기자의 목소리로 마음을 치유하는 ‘에코라디오’ 실험도 시작했다.


“터치유는 중년 남성 구독자가 꽤 많아요. 처음엔 한국일보 지면 독자일 줄 알았는데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문턱을 가장 높게 느끼는 분들이 아닐까 싶어요. 구독자를 분석하면서 일상에 고민이 있는 현대인들로 타깃층을 넓혔어요. 오디오는 구독자들이 콘텐츠를 얼마나 완독하는지, 우리를 브랜드로 인식하는지,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에요. 곧 챌린지도 시작해 참여율을 높여보려고요.” (손성원)


커리업은 ‘맨땅 브레이커’라는 타이틀을 달고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 나간 이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인터뷰이마다 2편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선보이는데, 편당 글자수가 최대 2만5000자에 달한다. 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게 문체와 형식에 변주를 주고 다양한 장치도 넣었다. 커리어 성장 곡선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보여주거나 360도 화면 전환, 책장에 꽂힌 책들을 줌인 줌아웃 방식으로 제공하고, 인터뷰이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 등으로 차별화했다.


“신문사 인터뷰 기사는 보통 원고지 10~15매인데, 물리적으로 절대 그 안에 담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그릇을 확 열어서 이 정도로 길게 썼을 때, 독자들이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지 실험하고 있어요. 어떤 분량이 적절한지, 비주얼 요소나 인터랙티브 장치를 어디에 넣고 빼서 이야기의 재미를 살릴 건지 고민하는 단계예요. 최근에 긴 글인데도 끝까지 흡입력 있게 읽힌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어요. 데이터를 쌓고 분석하면서 적정선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박지윤)

한국일보는 미디어전략부 산하에 실험조직인 ‘H랩’을 신설해 디지털 세상에서 새로운 기술과 독자, 성장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다. H랩 소속으로 디지털 브랜드 ‘커리업’을 담당하는 박지윤 기자, H랩 콘텐츠를 매니징하는 프로덕트 에디터 김유진 기자, 브랜드 ‘터치유’를 운영하는 손성원 기자. /한국일보 H랩


H랩의 실험은 두 브랜드 성장에 그치지 않고 ‘한국일보’를 향한다. “한국일보가 디지털로 보낸 포켓몬”이라는 손 기자의 비유처럼, 실험을 거듭하며 한국일보가 갈 길을 닦아가는 중이다. “단순히 H랩 안에서 좋은 콘텐츠만 만드는 건 의미 없다고 봐요. 두 브랜드 콘텐츠에 태그를 심어 독자 반응을 분석하면서 경험치를 축적하고 있거든요. 장기적으로 한국일보 뉴스룸의 다른 기자들도 적용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게 실험의 목적이에요. 한국일보 멤버십, 로그인 월, 커뮤니티 형성, 유료화로 나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고요.”(김유진)


이들의 실험은 이미 크고 작은 성과를 만들었다. 당장 시즌2 오픈 두 달 만에 뉴스레터 구독자가 두 배나 늘었다. 손 기자에겐 마음 관련 기업들의 협업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박 기자는 맨땅 브레이커를 마무리하는 연말쯤 인터뷰이와 독자들이 함께하는 오프라인 포럼도 개최할 계획이다. 하반기부터는 그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로그인 월과 유료화 시도를 본격화한다. 터치유와 커리업의 개별 사이트를 론칭해 더욱 밀도 있는 실험을 이어갈 예정이다.


“저널리즘 책무를 다하는 기사는 더 많은 독자에게 닿을 방법을 고민해야 해요. 커리업와 터치유 같은 매거진류 콘텐츠는 독자의 지갑을 열 방법을 찾아야 하고요. 두 브랜드가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 한국일보의 저변도 넓어진다고 믿어요. 물론 저희의 실험이 실패할 수도 있죠. 그래도 경험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하는 데까지 해보려고요. 이런 시행착오들을 열심히 기록해 한국일보의 자산으로 남겨두고 싶어요.”(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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