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슐랭 가이드] 시원한 된장 육수 속 자리돔… 뼈째 씹어먹는 고소함

“제주도 갈 건데 맛집 추천해줄 수 있어?” 쉬는 날이 제법 껴있는 5월.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해외는 부담스러운 기자들이 선택하는 여행지는 제주다. 서울살이가 익숙해도, 본가를 제주에 둔 사람으로 맛집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에는 언제나 고심하게 된다. 단, 5월부터 7월까지는 예외다. 더워지는 날씨에 입맛과 일할 의욕을 잃은 기자들에게 추천할 자리돔 물회가 있기 때문이다.


5월부터 제주에선 자리돔 철이 시작된다. 산란기를 지난 자리돔은 뼈째 먹어도 될 정도로 연하다. 주로 물회로 먹는데, 초장 대신 된장을 푸는 것이 특징이다. 요새는 육지사람 입맛에 맞춘다고 초장 푼 물회를 내오는 집이 꽤 늘었지만, 향토 음식을 찾는다면 된장 물회다. 여기에 식초, 그리고 잘게 썬 산초나무잎인 제피가 들어가야 진짜다. 선뜻 도전하기엔 장벽이 높은 음식이지만, 맛을 들이면 빠져 나오기 어렵다.


맛을 보기로 마음먹었다면 서귀포 남원읍에 있는 현지인 맛집 ‘공천포 식당’을 추천한다. 공천포는 해녀들이 여전히 물질하는, 검은 모래로 유독 검푸른 바다가 특징인 동네다.


자리돔 물회는 급히 먹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뼈가 연한 시기라 해도, 자리돔은 워낙 크기가 작고 가시가 많은 생선이라 가시에 잇몸 찔리기 쉽다. 뼈째 조심히 씹다 보면 자리돔의 고소한 맛이 우러나온다. 국물은 새콤하면서도 구수하고, 가끔 씹히는 제피 잎은 톡 쏘는 듯 독특한 향을 더한다. 함께 들어간 얇게 썰린 오이, 무채는 아작아작한 식감을 더욱 살려준다. “이게 무슨 맛이지?” 하다가도 한 술 두 술 뜨다 보면 어느새 빈 그릇이다.


여름 제주 방문에 자리돔 물회를 추천하는 이유는 또 있다. 사실 자리돔 이름은 한평생 같은 자리에서 머무는 특성 때문에 붙여졌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상을 전하는데 몰두하다 보면 가끔 무엇을 하고 있는지 흔들릴 때가 온다. 일상에 복귀한 뒤, 있던 자리에서 우직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을 당신도 얻고 가길 바란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채택된 분에겐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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