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9층 시사국 기자들, 유튜브서 일낸다?

[인터뷰] KBS 새 시사프로 '9층시사국' 만드는 서재희 팀장, 김기화 기자

서울 여의도 KBS 신관 9층 시사국엔 9층시사국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음, 동어 반복 아니냐고? 다시 풀어 설명하면 이렇다. KBS 9층에 있는 시사제작국(시사제작1부)에서 지난 1일 새 시사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이 프로그램 제목이 ‘9층시사국’이다. 그러니까 9층시사국은 KBS 기자들이 만드는 새 시사물의 이름인 동시에 이들이 일하는 공간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름으로 일단 시선을 끄는 데 성공한 9층시사국의 서재희 팀장과 김기화 기자를 지난 9일 그들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9층시사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프로그램정보란에 ‘TV와 유튜브를 넘나드는 시사프로그램’이라고 소개돼 있다. 사무실에 붙어 있는 포스터엔 방송 편성을 알리는 ‘매주 수요일 밤 11시 KBS2’ 아래 ‘유튜브에선 언제나’란 문구가 더 굵은 글씨로 적혀 있다. 김기화 기자는 “이게 핵심”이라고 했다. “‘디지털 퍼스트’란 말이 나온 지 십수 년이 지났잖아요. 하지만 대부분 말로만 그럴 뿐이죠. 사실 본방이 더 중요하고, 본 기사가 주요하고, 유튜브는 곁다리 취급해요. 잘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런데 여기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옆에서 서재희 팀장도 거든다. “유튜브에서 터져야 해요.”


청년 취업 문제를 다룬 지난 1일 첫 방송. TV 시청률은 0.5%가 나왔다.(닐슨코리아) 흔히 말하는 ‘애국가 시청률’에도 못 미치는, 참담한 기록이다. 그런데 유튜브에 올린 38분짜리 풀 영상 조회수는 인터뷰 당일 기준 33만 회를 넘었다.(20일 기준으론 42만 회까지 늘었다) 서 팀장은 “2분짜리 리포트가 몇십만 조회수 나오는 것과 40분 정도 통으로 올린 영상이 몇십만 나온 건 천지 차이라고 하더라”면서 “유튜브에서 소구력(호소력) 있는 콘텐츠로 살아남기 위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더 많이 소비되면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되고, 그게 또 TV로 선순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튜브에 ‘진심’인 9층시사국. 이들의 진짜 특이점은 바로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다는 데 있다. 서 팀장은 “지상파가 만드는 유튜브 콘텐츠들이 기존 방송물을 재편집, 재가공해서 유튜브에 내는 식이었다면, 우리는 본방과 연계된 유튜브 맞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따로 유튜브 전담 기자를 둔 건 그래서다. 9층시사국엔 평균 4주 간격으로 15분 내지 30여분 분량의 심층기획 취재를 하는 8명의 기자 외에 유튜브만 전담하는 기자가 있다. 김기화 기자가 바로 그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댓읽기)로 유명한 그 김기화 기자다.


구독자 24만의 댓읽기 채널을 만 4년 이상 운영하며 ‘유튜버’로서의 정체성과 감각을 다져온 김 기자는 9층시사국에서 방송 제작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으면서 방송 아이템을 유튜브에서 더 편안하고 친근한 방식으로 다룬다. 청년 취업 문제를 다룬 첫 방송이 나간 뒤 ‘26세 청년 취업 준비생’들과 음주 토크를 하거나, 새벽 배송기사의 죽음과 지입차 문제를 취재한 기자와 영상을 함께 보면서 본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전하는 식이다. 고정된 형식이 있는 게 아니라 방송됐거나 방송될 아이템을 “제일 잘 살릴 방식”을 찾고 시청자와 쌍방향 소통을 하는 것이 김 기자의 역할이자 고민이다. 이를 위해 유튜브에서만큼은 “필요 이상의 엄숙주의”를 깨고 “KBS에서 하면 안 되는 걸 점차 없애가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뉴스보다 길고 시사물보다 가볍다’고 소개하지만, 9층시사국이 다루는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은 ‘재미’를 추구한다. “무거운 이슈를 다루지만 흥미롭게 만드는 건 제작자의 역량”(서 팀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 다큐나 시사물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으려 한다. “어떤 형식이 됐건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콘텐츠면 된다.”(김 기자)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려 하기보다 공감을 얻기 위해 애쓴다. ‘감성 시사’를 내세운 것도, 전속 음악감독을 두고 엔딩곡 하나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타깃층이 2040인 만큼 “젊은 기자들의 생각이나 주관, 의식 등을 많이 반영하려 한다”고 서 팀장은 전했다.


이제 막 방송 4주차를 맞는 9층시사국의 성과나 한계를 평가하기엔 이를 것이다. 다만 “새롭다는 평가는 받고 싶다”고 서 팀장은 말했다. 아울러 그는 9층시사국이란 콘텐츠 혹은 공간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꿈꾸는 기자들에게 열려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유튜브 덕분에 중편 길이 뉴스·시사물의 시장이 새로 열렸다”면서 “뉴스와 ‘시사기획 창’ 같은 긴 장편의 중간단계에서 자기 취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팩트 전달에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가는 능력을 숙달시킬 수 있는 중간단계로써 우리 프로그램이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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