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라 남들이 보고 싶어하는 걸 만들어라"

[인터뷰] 'MBC 14층 사람들은 이렇게…' 펴낸 손재일 D.콘텐츠제작2팀장

MBC 14F팀은 더 이상 14층에 있지 않다. 애초 14층에서 일해서 ‘일사에프’가 됐지만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에서 만난 팀은 12층에 있었다. “공간이 협소해져서” 층을 옮긴 것이지만 14F의 시작과 지금은 그보다 많이 달라졌다. ‘0’에서 출발한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4~5년만에 166만명을 돌파했다. 기존 뉴스 채널에서 나아가 여러 장르의 콘텐츠 시도, 채널의 성격 변화가 이뤄졌다. 손재일 D.콘텐츠제작2팀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큐레이팅 뉴스쇼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일종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가 됐다고 보면 된다”며 “14F는 남들이 보고 싶어하는 걸 만드는 채널”이라고 현재를 설명했다.

손재일 MBC D,콘텐츠제작2팀장이 14F팀이 자리한 MBC 미디어센터 12층 사무실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 팀장은 전기영 D.콘텐츠제작2팀 차장과 함께 공저로 최근 지난 4~5년간 14F팀의 시행착오와 경험을 담은 책 <MBC 14층 사람들은 이렇게 기획합니다>를 펴냈다. /14F 제공


지난해 12월 ‘더보기’란 웹 예능 유튜브 채널을 새로 론칭했다. 현재 1만2000여명 구독자를 확보한 채널은 ‘엘리트들’, ‘라면잉건가’, ‘제게는 죄가 있습니다’ 등 하위 코너를 두고 연예인이 출연한다. 그간 ‘킹 받는 연애과학’, ‘인생X컷’, ‘하태주의보’ ‘메이크썸비어’, ‘고기앤더시티’, ‘국밥앤더시티’ 등 다수 웹 예능이 브랜디드 혹은 자체 제작으로 시도되며 편당 수십만~수백만의 뷰를 기록했다. ‘인천패밀리’처럼 회당 제작비가 1억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2018년 모바일 큐레이팅 뉴스쇼 ‘데일리픽’을 대표 콘텐츠로 삼은 뉴스 채널로 시작한 당시와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안 해 본 게 없다.(웃음) 웹드라마도 3~4편을 찍어 자체 드라마 채널을 만들려 했지만 내부 역량과 비용으론 버겁다는 판단에 접었다. ‘더보기’는 14F가 정보 채널이라 조회수가 안 나오는 것 아닌가 해서 별도로 론칭했고, 또 채널이 종편처럼 된 측면이 있어서 뾰족한 콘텐츠를 분리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탄생 시점 이미 후발주자였던 14F로선 현재 진행 중인 테스트처럼 지금까지 50여개 콘텐츠를 선보인 매 순간이 실험과 평가, 도전의 연속이었다. 오픈 4개월 후 구독자 수가 약 3000명이던 시점, “가치나 담론에 집착하기보다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할까’ 싶은 소소한 얘기를 다루는” 채널로 변화를 꾀했다. 이 기조는 ‘돈슐랭’, ‘인디아나 준스’, ‘이승원의 월드클로즈업’, ‘본스토리’, ‘주락이월드’ 등 코너에서 보듯 현재까지 이어진다. 인플루언서가 출연한 코너 비중이 60%가 넘을 만큼 화자를 내세운 콘텐츠에 14F는 집중해 왔는데 이 역시 그간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20대를 위한 재테크 콘텐츠 ‘아이돈케어’는 55만명이 코너를 보기 위해 구독 버튼을 눌렀을 만큼 초기 성장에 기여했다.


특히 조회수와 구독자 반응을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크게 고려한다. 채널 성장에 두 번째로 많이 기여했던 ‘소비더머니’(기업 브랜드)는 독립을 요청하는 다수 반응에 따라 별도 채널로 만들었고, 또 다른 독립 채널 ‘별다리 유니버스’는 당초 제품 리뷰 콘텐츠였으나 반응을 보고 ‘한국어에 유창한 외국인들이 말하는 한국문화’로 성격을 바꿨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댓글을 그만 보고 다르게 시간을 써보자는 바람을 갖고 있다.(웃음) 바로 예능을 하자, 쇼양을 하자, 익스플레인을 하자 ‘점핑’한 게 아니라 단계가 있었다. 20대가 처음 가면 낯설 모텔이나 공항 등에 대해 알려주는 “쫄보를 위한 후방주의보”란 코너를 했는데 뉴스 형태로 할 필요가 없다고 봐서 배우를 쓰고 예능 요소를 넣어봤다. 뉴스를 바꾸려다보니 예능을 해도 되겠다는 쪽이 된 거다.”


현재 14F와 연관 유튜브 채널, 메타, 인스타그램, 틱톡의 총 구독자 수를 합치면 280만명이 넘는다. 지난해 선보인 뉴스레터 구독자와 앱 다운로드 수는 13일 기준 각각 3만7662명, 9만4618건이다. 지난해 매출은 약 50억원이고 출범 이후 지속 성장세다. 팀원 수도 2018년 20명에서 현재 72명까지 늘었다. 매출은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에서 20%, 브랜디드 콘텐츠 50%, 기업 SNS 운영대행이나 콘텐츠 납품 30%로 구성된다. 코너별로 자체 제작을 맡는 팀원은 4~5명, 8~10명 단위로 나뉘고 전체 인원 중 80%가량이다. 처음 입사한 PD들은 지난 4~5년 간 “정체성이자 초기 구독자에 대한 고려”로 계속 유지 중인 ‘데일리픽’팀에 속해 “콘텐츠 팩트체크나 영향력을 배운다.” 이후 다른 채널에서 일하며 자기 기획서를 내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도록 하는 구조다.


손 팀장이 전기영 MBC D.콘텐츠제작2팀 차장과 그동안 시행착오, 경험을 담아 공저한 책 엔 “내가 아니라 남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만들어라”란 문장이 나온다. 고양이 영상의 인기 속 양육법을 담은 콘텐츠를 제작했다가 저조한 조회수를 얻고 ‘사람들이 보고 싶은 건 고양이의 귀여운 행동 아니었나’ 깨닫는 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언론사’보다 ‘콘텐츠 회사’로서 정체성에 온전히 무게추를 둘 수 있는 조직은 분명 국내 언론계에 드물다. 주요 매체에선 ‘스브스뉴스’ 정도가 유일하다. 자사에 ‘MBC뉴스’, ‘엠빅뉴스’란 브랜드가 존재하고, 미디어전략본부 소속으로 수익화가 중요한 부서란 점에서 여타 매체와 여건은 다르지만 “남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에서 단기간 이 정도 성과는 언론계에서 드물었다.


손 팀장은 “자체 채널이 4개가 됐고 뉴스레터와 앱도 지난해 론칭해 아직 성숙기가 아닌 만큼 올해는 숨고르기를 하며 만들어놓은 걸 안정화하려 한다”며 “콘텐츠 수익화,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팀원들이 얻어갈 게 많은 팀을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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