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함 머금은 부드러운 보리굴비… 녹찻물에 밥 말아 같이 먹어보면?

3년 조금 넘는 짧은 기자생활 동안 가장 많은 점심 약속을 한 곳은 여의도다. 직장인이 몰려있는 동네인 만큼 식당 자체는 많다. 오랜 기간 영업을 이어온 곳도 즐비하다. 여의도 식당의 업력은 곧 경쟁력이다. 그중에 점심 약속을 잡을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보리굴비 전문점 무끼다. 동여의도(여의대방로67길 18)에 있다. 맛도 맛이지만 독립된 식사 공간도 마련돼 있어 점심 약속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단, 여의도 식당 대부분이 그렇듯 제 시간에 입장하려면 예약은 필수다.

무끼는 일단 보리굴비가 맛있다. 크게 짜지 않고 살이 너무 단단하지도 않다. 지금껏 다닌 여러 보리굴비집 가운데엔 굴비의 살점이 너무 건조하고 질긴 곳도 있었다.


무끼의 보리굴비는 적당히 촉촉함을 머금어 부드럽다는 게 특징이다. 보리굴비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가 이곳을 좋아했다. 데려간 모두에게 호평을 들었다. 처음 이곳에서 식사했던 분 중에는 부모님께도 이 맛을 알려드리고 싶다며, 바로 포장된 보리굴비를 구매하기도 했다.


주인공 보리굴비 맛만큼 조연들도 우수하다. 우선 일반 식당과는 밥부터 다르다. 세숫대야 크기의 솥에서 밥을 짓는데 직원분들이 직접 솥을 들고 다니며 퍼주신다. 식당서 흔히 나오는 찐밥과는 고슬고슬함에서 비교가 불가능하다. 평소 입이 짧은 사람도 밥 두 그릇은 해치운다. 밑반찬도 정갈하다. 짭짤한 명란젓과 나물은 집밥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만으로도 밥 한 공기는 해결 가능하다.


무끼는 기름기 있는 음식을 자주 먹거나 해장이 필요한 이들에게 특히 추천하는 식당이다. 생선, 솥밥, 정갈한 반찬의 조합은 위장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다. 식사하고 속이 불편해지는 일은 없다. 전날 과음을 했다면 녹찻물에 밥을 말아 먹어보자. 메마른 혓바닥 사이로 녹찻물이 스며들며 몸에 있는 알코올이 분해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속 편하게 식사하고 싶을 때 한 번쯤 들러보길 권한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채택된 분에겐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