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잡은 서귀포 옥돔 한 마리를 풍덩… 어흐~ 속 풀린다

[기슐랭 가이드] 제주 한라식당 '옥돔 뭇국'

회식이 잦은 연말연시를 맞이했다. 기자들이 술꾼은 아니지만, 취재 경쟁은 물론 술 대결에서도 지기 싫어하는 고집 때문에 밤에는 폭주 기관차로 변신한다.


다음날 숙취와 속 쓰림을 다스려야 하루가 편안한 법. 제주지역 기자들도 대개는 해장국이나 콩나물국밥, 북어국으로 해장을 한다. 그런데 과음을 넘어 위액까지 게워낸 날에는 식욕 부진과 메스꺼움으로 입맛이 깔깔해진다.


제주식 소고기 해장국이나 내장탕은 칼칼하고 텁텁하고 더부룩한 게 자극적이다. 이 때 제격인 해장국 대용이 ‘옥돔 뭇국<사진>’(옥돔 맑은 지리)이다.


제주시청 맞은편(제주시 광양9길 19)에 있는 한라식당. 맛이라면 한 고집했던 한추월 사장이 1985년 문을 연 이래 37년이 흐른 지금은 며느리 김양숙씨가 대를 잇고 있다.


제주사람들도 갈치, 고등어, 우럭을 즐겨먹지만, 유독 ‘옥돔’만 ‘생선’이라고 부를 정도로 귀하게 쳐준다. 명절과 제사 때마다 옥돔구이와 옥돔 미역국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한라식당은 서귀포와 성산포 앞 바다에서 잡은 ‘당일바리’(새벽 조업에서 잡은 고기를 그날 아침에 파는 제주사투리) 옥돔만을 취급한다. 풍랑주의보로 배가 뜨지 않는 날에는 이틀 전에 것도 잡은 사용하지만 3일이 넘긴 옥돔은 취급하지 않는다.


옥돔은 제주사투리로 ‘솔래기’ 또는 ‘솔라니’라고 부르는데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며 독특한 풍미가 있는 흰살 생선이다. 긴 낚시줄에 여러 개의 낚시 바늘을 단 주낙으로 한 마리씩 잡으면서 그물로 잡는 옥돔에 비해 비늘 손상이 없고 갓 잡은 그대로 한 마리가 국 사발 위에 오르게 된다.


청정 제주바다에서 난 옥돔에 겨울 인삼보다 좋다는 겨울 무를 송송송~ 썰어서 소금으로만 간을 한 옥돔 뭇국은 그 어느 음식보다 담백하고 개운하다. 한 그릇 먹고 나면 속이 시원하고, 쓰렸던 위장이 확 풀린다.


비늘이 있는 생선이 통째로 들어간 갈치국이나 고등어국, 전갱이국, 맬(멸치)국 등도 제주의 대표 별미다.


육지 사람들은 등 푸른 생선 한 마리가 조림이나 매운탕도 아니고 맑은 지리로 국그릇에 담긴 것으로 보고 기겁하기도 하지만, 이 맛에 길들여지면 돼지 뼈로 우려낸 몸국(모자반국)과는 색다른 제주의 향토 식감을 경험하게 된다. 참고로 제주를 찾은 광주·전남기자협회 임원들에게 대접했더니 제주를 떠난 후에도 ‘옥돔 뭇국’이 생각난다고 했다.


한라식당은 여름철에는 자리물회가 별미다. 옥돔 뭇국 1만5000원.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채택된 분에겐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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