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조례 폐지, 김어준 하차… TBS 쇄신 계기로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TBS에 300억원 이상의 예산 지원을 폐지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조례안 추진의 빌미가 됐던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도 올해 연말까지만 방송을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TBS 이사회가 조례안 폐지에 대해 행정소송을 낸다고 하지만 큰 흐름이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정 프로그램의 정치적 공정성 논란으로 촉발된 ‘TBS 사태’가 발전적 대안 없이 이처럼 서울시의 지원조례 폐지, 간판 진행자 하차라는 방식으로 귀결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경위야 어찌됐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직원들의 고용불안 해소가 최우선 과제로 남았다.


TBS 사태가 정치권과 언론계에 주는 교훈은 적지 않다. 예산 지원 폐지 조례안이 ‘언론탄압’이라는 TBS 구성원들이나 야당 지지자들의 반발이 보편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정치권이 돈줄을 쥐고서 방송 공정성 문제에 개입한 선례를 남긴 건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조례 통과를 추진한 국민의힘은 뉴스공장과 김씨를 지목해 “TBS가 공정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TBS가 과거 국민의힘 계열 정치인들이 시장을 맡았을 때처럼 시정홍보방송, 혹은 시장 홍보방송이 돼야 공정하다는 의미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국민의힘 국회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TBS가)어느 정도 공정한 방송, 시민이나 국민이 용납할 수준이 된다면 내년에 추경을 할 여지가 있다”고도 했다. 모호하고 자의적일 수 있는 ‘공정성’이라는 잣대로 국민의힘 입맛에 맞는 방송을 하면 지원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지방자치뉴스, 모빌리티 정보제공, 다문화채널 운영 등 TBS의 공공적 역할을 활성화할 방안에 고민할 시기에 이처럼 방송에 대한 정파적 후견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건 몹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물론 사태가 이렇게까지 흘러온 데는 TBS 구성원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뉴스공장은 20분기 연속 청취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TBS에 따르면 뉴스공장은 연 70억 원의 수익을 냈다고 한다. 뉴스공장을 통해 TBS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는 등 서로 공생관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방송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은 거셌다. 정치·시사 프로그램에 기계적 공정성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가 심각했다. 2016년 첫 방송부터 올해 11월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법정제재가 8건, 행정지도는 34건이나 된다. 열광적 팬덤에 기반한 시각으로 특정 정파를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방송은 비일비재했다. 공영방송에 걸맞는 품격있는 저널리즘이라고 차마 말할 수 없다.


공정성에 대한 안팎의 비판과 불만이 누적될 때까지 이를 TBS 구성원들 스스로 성찰하지 못하고 개선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사회적 문제제기가 있었다면 마땅히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마음대로 방송을 할 테니 지원은 계속해달라는 주장을 누가 선뜻 이해할 수 있겠는가.


김어준씨의 뉴스공장 하차를 계기로 TBS에서는 대대적인 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독립성 확보, 제작과 편성권 독립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성원들의 성찰과 뼈를 깎는 쇄신 노력 없이는 추락한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음을 TBS 구성원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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