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사망자' 지표 너머… 각국 코로나 접근법 대해부

[인터뷰] '세계의 코로나 대응' 기획... 김연희·김영화 시사IN 기자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만 3년이 돼 간다. 유례없는 글로벌 감염병 재난을 마주하며 지구상 모든 국가가 나름의 대책을 내놨다. 그리고 크고 작은 실패가 잇따랐다. 실패, 그러니까 실패였다. 정도의 차이 뿐 구성원을 상실한 공동체가 감히 ‘성공’을 말하는 일은 어불성설이다. 단지 선택과 그 결과가 있을 뿐이었다. 지난 8~10월 <세계의 코로나 대응, 현장을 가다> 기획을 진행하며 일본·스웨덴·영국에 다녀온 시사IN 김연희·김영화 기자는 “완벽한 정답을 찾아낸 사회는 없다”고,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사건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서로의 경험과 고민, 반성과 성찰을 성실하고 치열하게 한 데 모으는 일” 뿐이라고 취지를 말한다.

김연희·김영화 시사IN 기자가 서울 중림동 시사IN 사옥 회의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기자는 지난 8~10월 일본, 스웨덴, 영국을 방문하고 ‘세계의 코로나 대응, 현장을 가다’ 기획 기사를 썼다.


애초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었다. 기사는 소위 ‘K-방역’ 성적표로 자주 언급되는 ‘100만명당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란 지표 너머 각 국의 코로나 대응을 살핀다. 일본에선 지역사회 의료기관과 의료진을 통해 취약계층, 노인돌봄 문제해결을 위한 단서로써 방문진료 가능성을 본다. 스웨덴에선 ‘집단면역 실험’에 대한 국내 오해에 반박하며 “시민을 성숙한 존재”로 대한 고신뢰 사회의 권고·권유 조치를 설명한다. 팬데믹 중에도 등교를 시키고 요양시설 방문금지를 반대한 이면, “우리가 삶을 살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도 전한다. “해외 취재면 보통 선진 사례를 보고 오는 접근법인데, 한국 입장에서 더 성공적인 사례라고 보러갈 아이템이 아니라 그게 내내 고민스러웠어요. 유행을 잘 차단하지 못했어도 우리가 못 봤거나 이해하지 않은 방식으로 팬데믹을 받아들인 곳에 가야겠다 싶었고요.”(김연희)


방역 실패를 겪은 영국에서도 돌아볼 지점이 있었다. “2020년 11월 영국 하원 차원에서 보고서가 나왔는데 ‘백신 개발말곤 운명론적인 태도에 취해서 넋놓고 있었다’고 정말 무시무시하게 반성을 해요. 무시했던 문제가 코로나로 터져 나왔다는 건데 이 작업 자체가 중요하다고 봤어요. 인종별 코로나 감염률과 사망률이 4배 가까이 차이 난다는 자료가 나와 영국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는데 그걸 영국 통계청이 만들었어요. 통계에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는데 우린 그동안 누가 어떤 피해를 얼마나 봤는지 치열한 성찰의 기록이 없었잖아요.”(김영화)


“할래?” 지난 4월 김연희 기자가 김영화 기자에게 물은 게 시작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취재지원 사업대상으로 선정된 직후였다. 그간 쭉 코로나 취재를 해오며 “체육관 임시병상 설치 등 해외토픽 수준의 피상적인 해외 코로나 소식이나 방역 뉴스”에 문제의식을 가져온 터 “가서 봐야겠다” 싶었다. 팬데믹 초기 함께 기사를 썼지만 이후 정치부에서 일해온 김영화 기자가 화답하며 협업이 가능해졌다. 다만 해외취재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일본과 스웨덴에 총 13일을 머문 김연희 기자는 “‘스웨덴의 정은경 청장’을 섭외하려다 실패했다. 7월까지 수차례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없어 식겁했다.(웃음) 현지 한국인을 통해 8월에 확인했더니 스팸 메일함에 들어가 있었다더라”고 말했다. 영국에 8일을 체류한 김영화 기자는 국내 사건사고를 취재하듯 ‘현장 박치기’를 했다. “영국에선 중앙정부가 실책을 했지만 시민 등이 나서 복지 시스템의 공백을 메운 프로젝트가 많았어요. 사전에 섭외하려 했는데 이메일 답이 안오는 거예요. 난민들이 생필품을 무료로 구하는 런던 루이셤 기부 허브가 그런 곳이었는데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당일 통역분이랑 직접 가봤어요. 문이 열려있어 전화를 해보니 내일 오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염치 없이 취재를 했어요.(웃음)”


지난 한 주 한국에선 319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하루 평균 5만1596명의 신규 확진자(이상 14일 0시 일주일 기준)가 나온다. 각각 2015년, 2018년 기자생활을 시작한 김연희·김영화 기자의 기획은 ‘K-방역’이란 수사 아래 이 ‘숫자’로 평가되는 단선적인 시선에 의문을 던진다. 김연희 기자는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철두철미한 방역을 하고 그 지침을 시민 개개인이 내면화하며 성과가 나왔지만 한편으론 위기에서 내 이웃을 어떻게 구할지 자발적인 움직임을 제약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나아가 김영화 기자는 “재난이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전 세계가 동시에 경험했지만, 모두가 이 피해를 측정하진 않았다”고 얘기한다. 만일 일본, 스웨덴, 영국을 다룬 이번 기획에 한국이 포함됐다면 타국과 차별된 한국 코로나 대응의 핵심과 명암, 그 총체적 평가를 담은 기사의 제목은 뭐가 될까. 분명한 건 아직 우린 사회적 재난으로서 코로나19를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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