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에 필요한 기사, 다문화인 이해 쉽게 4가지 언어로"

[지역 속으로] 다문화뉴스·다문화人Story 만드는 이세용 중부일보 디지털뉴스팀 기자

중부일보의 다문화뉴스 메인 페이지

“이 기자가 영어 잘하니까 다문화뉴스 한 번 만들어 봐.”


영국 유학을 마치고 재입사한 지 한 달쯤 되던 어느 날 부서장이 나에게 새로운 미션을 투척했다. 영어가 가능하니 다문화인들을 위한 뉴스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다. 유학을 다녀왔다 해도 영어뉴스는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뜻밖의 제안에 당황했지만, 부서장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었다. 다문화인이 200만명을 넘어섰고 수도권에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으니 지역언론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부일보 다문화뉴스는 그렇게 첫발을 디뎠다.


취재를 위해 사전 조사를 해 보니 많은 다문화인이 한국어가 서툴러 정보 취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대부분 한국어 뉴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지인들에 의지해 소식을 전해 듣는 수준이었다. 특히 결혼이민자나 노동자 등 한국어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이들은 이른바 ‘생존언어’를 구사하는 정도에 그쳤다. 중부일보는 두 가지에 주목했다. 그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제작한다는 것이었다. 뉴스의 성격은 정보 전달을 중심으로 하는 ‘다문화뉴스’와 긴 호흡으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문화人Story’로 잡았다.

화염 속 생명을 구한 불법체류 몽골인의 이야기를 다룬 뉴스.

먼저 다문화뉴스는 한국 생활과 관련해 필요한 정보를 다문화인들에게 알기 쉽게 기사화한다. 기사는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4가지 버전으로 제작했다. 초기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두 달여를 끌고 갈 때쯤부터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1월25일에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는 몽골인 불법체류자 온드라마씨가 불길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일을 영문뉴스로 보도해 몽골에서 큰 반향이 일었다. 현지 언론은 중부일보 기사를 사진과 함께 몽골어로 소개했고, 몽골인들은 페이스북 ‘좋아요’ 700여 개, 댓글 60여 건을 달며 응원했다. 특히 기사를 접한 한국영사관이 온드라마씨의 비자를 연장해 주기로 해 불법체류자 신분을 벗기도 했다.


또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배우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일명 ‘배드파더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내국인의 경우 이혼한 배우자가 합의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기관의 도움이나 법적 대응을 통해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한다. 하지만 다문화인의 경우 똑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도 대응이 쉽지 않았다. 이에 주목하고 이혼 전문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배우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다국어 뉴스로 제작했다. 기사는 SNS 등에 많은 건수가 공유됐고,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다문화人Story’는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다문화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소개하고 우리 사회의 변화를 함께 모색하기 위해 기획했다. 주로 스토리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섭외가 완료되면 직접 만나 살아온 얘기를 듣는다.

중부일보 다문화스토리 지면 모음

첫 보도는 지난 4월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던 때라 우크라이나 출신 드미트리 고루코(Dmitry Gorulko)씨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출신 아내와 세 딸을 두고 있는 평범한 가장으로, 수원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부터 그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매주 열리는 러시아 대사관 앞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행 버스에 오르는 게 일상이 됐다. 자신의 나라를 침공한 러시아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기자는 그와 동행하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의 한국살이를 긴 호흡으로 담아냈다. 그 밖에도 탈북민을 돕는 하버드 출신 흑인 인권운동가, 호텔 CEO를 겸직하고 있는 인도 출신 조연 배우, 영어 선생님에서 모델로 전직한 레바논계 미국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다문화인들의 스토리를 기사화했다.

이세용 중부일보 디지털뉴스팀 기자


이제 다음 달이면 다문화뉴스 보도 1년을 맞는다.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다. 초기에는 취재 루트가 없다 보니 기사 아이템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 우리 지역에도 보도할 게 많은데 인원도 부족한 지역언론이 다문화까지 챙길 필요가 있냐는 현실적인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다문화인들은 이제 우리와 함께 하는 이웃이다. 정보 소외계층의 격차를 완화하고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함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역언론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중부일보는 다문화인들을 위한 보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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