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정치부장이 발령 19일 만에 하극상을 이유로 보직 해임됐다. 해당 기자는 해임 이유인 하극상은 전혀 없었다며 서울신문 감사실에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28일 부장단 인사에서 안동환 탐사기획부장을 정치부장으로 임명했지만 보름여만인 지난 15일 국제부 선임기자로 인사 조치했다. 황수정 편집국장과 안 부장은 지면 배치 등을 놓고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국장은 지난 15일 곽태헌 사장과 김균미 편집인에게 하극상을 이유로 인사 조치를 보고했고, 이날 안 부장은 보직 해임을 통보 받았다. 현재 정치부장은 김상연 편집국 부국장이 맡고 있다.
안동환 부장은 18일 입장문에서 “황 국장이 하극상이 일어났다고 보고한 내용은 지난 11일 저와 황 국장 간에 있었던 통화 내용을 지칭한다”며 “황 국장과의 그날 통화 녹취록 내용을 한 문장 한 문장씩 뜯어 다시 살펴봐도 통화 전체에서 ‘비속어’나 ‘욕설’ 등 하극상이라고 판단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장과 각 부장은 각 이슈나 발제된 내용에 대해 협의하고 조율하고 이견이 있는 경우 조정하는 게 통상적인 신문 제작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저와 황 국장과의 통화도 그런 차원의 업무 대화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황 국장은 짧은 정치부장 임기 동안 빈번하게 화를 냈다. 제가 퇴근하던 지난 8일 밤 국장의 전화를 받고 다시 회사로 들어가는 상황을 목격한 정치부 기자도 여럿”이라며 “전 그날 40분 가까이 회의실에서 '이 따위로 할거야'라는 황 국장의 폭언을 들었다” 밝혔다.
황수정 편집국장은 안 부장이 그동안 대면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항명을 했기 때문에 보직에서 해임했다는 입장이다. 황 국장은 18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발령을 냈지만 내일이라도 일을 같이 못하겠다 싶으면 발령을 내는 게 인사다. 내가 낸 인사를 내가 파투를 내는 건데 왜 고민이 없었겠나”며 “대선이 내일 모레인데 기사가 하루에도 몇 개씩 바뀌고 뒤집히고 하는 게 정치부다. 1면 기사 하나 바뀐 거 가지고 국장에게 고함을 지르는 사람은 정치부장으로 데려갈 수 없다고 봤다”고 했다.
안 부장은 인사 이유인 하극상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그 내용이 왜곡되거나 과장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인사 조치는 합리적이어야 하고, 공정해야 한다. 감사실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번 인사 과정에서 제기된 내용들을 감사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경질 통보를 받고 인사가 조치된 과정에서 핵심적인 부분인 하극상에 대한 제대로 된 사실 확인은 없었다. 하극상이 없었다면 이번 인사조치는 무효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