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윤 국제신문 기자는 영화감독으로 바쁜 한주를 보냈다. 이 기자가 연출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10월의 이름들’이 지난달 6일~15일 열린 2021 부산국제영화제(BIFF)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초청돼 관객과의 대화, 감독 인터뷰 등의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10월의 이름들’은 국제신문의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1·2·3>을 토대로 만든 영화다. 영화에는 1979년 10월 당시 부마항쟁에 참여한 14명의 시민들이 등장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와 당시의 경험을 들려준다. 국제신문이 기획 기사를 영화화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월 10회에 걸쳐 보도한 기획 기사 <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김지혜>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졸업 에세이’를 선보인 바 있다. 다큐가 지역 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만큼 3년 넘게 국제신문이 천착해온 ‘부마항쟁 보고서’도 영화화해야 한다는 내부의 공감대가 생겼다. 그렇게 국제신문 디지털국의 두 번째 영화화 프로젝트가 추진됐고, 마침 대학생 시절 단편 영화 연출 경험이 있는 이동윤 기자에게 감독직 제안이 들어왔다.
입사 3년차를 맞은 그는 기자가 되고 나서 다시 영화를 만들게 될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영화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만 해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대학교 때야 이것저것 하면서 영화를 만들기도 했는데 이건 차원이 다른, 스케일이 엄청 커져버린 거죠. 장편은 처음이기도 했고요. 너무나 많은 바람들이 있고, 여러 사건들과 연관이 있는 소재잖아요. 처음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작업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가능성으로 바뀌는 과정을 목격한 거라 지금도 이상한 감정이 들고는 해요.”
이 기자는 지난 2019년 부산영화평론가협회 공모전에 당선돼 협회 소속 고정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실력파 평론가이기도 하다. ‘10월의 이름들’을 통해 장편 영화 데뷔와 동시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감독으로서도 인정받은 셈이다.
지난 8월 완성된 영화는 제작 기간만 7개월이 걸렸다. 그동안 디지털국에서 국제신문 뉴스레터 ‘뭐라노’를 주로 담당하고 있던 이 기자는 6개월간 영화 제작에만 집중했다. 방대한 기사 내용을 90~120분의 영화에 어떻게 구성하고, 명확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지부터 난관이었다. 이 기자 부마항쟁을 겪은 14명을 섭외해 개인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스태프들과 수차례 복기했던 건 ‘흥분하지 말자’였어요. 항쟁에 참여하고, 고문을 겪은 그 세월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스태프들도 동요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런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라는 나름의 다짐을 했어요. 전반적으로 ‘톤다운’ 된 영화에요. 정치적이거나 감정적인 질문을 던지고, 눈물이나 화가 나오는 장면을 많이 넣으면 관객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가긴 했겠죠. 그렇지만 저희는 그런 점을 최대한 배제하고자 했어요.”
‘10월의 이름들’은 부산국제영화제와 지난달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VIP 시사회를 통해 상영됐다. 이달 18~22일 열리는 부산독립영화제에서도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영화 상영을 통해 국제신문의 시도와 콘텐츠를 알리고, 관객과의 대화 행사 등으로 독자들을 직접 만난 경험은 이 기자에게 큰 자산이 됐다. “신문사 영상 콘텐츠 대부분은 유튜브 같은 SNS 상에서 공개하는데, 영화 상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 앞으로 새로운 모델로 자리를 잡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무엇보다 지역 언론이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고, 앞으로 여러 도전이 있을 텐데 올해 했던 것보다 힘들까 싶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