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 20년 동안 언론계에 있었다. 포털의 뉴스서비스 역사와 대략 비슷한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포털과 언론, 정치권이 벌인 난장판을 기억하고 있다. 포털규제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그 난장의 역사를 다시 한번 짚어본다.
2007년 이명박 대선캠프의 진성호 뉴미디어 팀장은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손봐야 한다”고 발언해 큰 논란을 불렀다. 2012년 새누리당은 부정적인 여당 기사에만 볼드체로 표시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2013년 새누리당 산하 여의도연구원은 대형포털을 언론의 범주에 넣어 뉴스 편집권을 제한하거나 언론사에 전적으로 맡기는 방안을 추진했다. 2015년엔 정부여당에 부정적인 기사가 야당보다 10배 많다며 ‘포털시장 정상화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정권이 바뀌자 민주당이 목소리를 높였다. 2018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문재앙’ ‘문슬람’ 등 비난 댓글이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이를 방치한 네이버를 강력 비판했다. 반대로 ‘조국 힘내세요’ ‘나경원 사학비리’, ‘황교안 자녀 장관상’ 등이 실검에 오르자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은 네이버 본사를 항의방문한 뒤 규제 법안을 만들겠다고 별렀다. 지난해에는 이낙연 대표 연설 기사가 노출이 안됐다며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내다가 언론에 포착됐다.
압력이 있을 때마다 포털은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뉴스캐스트 도입과 폐지, 뉴스스탠드 도입,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신설, 실시간 검색어 폐지, 스포츠 연예기사 댓글 폐지, 많이 본 뉴스 폐지, 인공지능 뉴스편집 도입, 조회수 기반 수익배분 제도 등이다. 문제는 포털이 뭔가 하면 할수록 상황이 악화하거나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이다.
포털 측에서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포털은 언론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길냥이는 고양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에 따르면 한국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이 72%로 조사대상국 중 압도적 1위였다. 46개국 평균은 33%였다. 지난해 시사인 여론조사에서 신뢰받는 언론매체 1위는 유튜브, 2위는 네이버였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는 포털 메인화면에서 독자가 선택한 언론사의 뉴스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포털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미디어특위의 선의를 믿는다. 하지만 선의가 꼭 좋은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과거 새누리당의 포털 개혁과 무엇이 다른지, 왜 그때는 반대했는지 답해야 한다.
포털의 문제점은 책임지지 않는 언론권력이라는 데 있다. 그래서 해결책은 둘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언론으로서 책임을 지게 하든지, 아예 언론이 아니게 하든지. 포털뉴스를 없애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차라리 애플이나 페이스북처럼 책임감을 갖고 뉴스편집을 하게 만드는 것이 나아 보인다. 그러기 위해선 포털에도 언론과 공무원처럼 청탁금지법을 적용해야 한다. 정치권의 부당한 외압을 막음과 동시에 언론으로서 의무도 다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물론 정치권과 포털은 둘 다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야말로 적대적 공생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