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정상회담 보도가 아쉬운 이유

[언론 다시보기] 오동재 기후변화청년모임 BigWave 운영위원

오동재 기후변화청년모임 BigWave 운영위원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동대문 디지털 플라자(DDP)에서 진행된 P4G 서울 정상회의가 끝났다. 국내에서 처음 진행된 환경 관련 다자 정상회담이었던 만큼, 주요 언론사에서 기사들이 쏟아졌다. 언론에서 기후변화 소식을 많이 다뤄줬으니 그걸로 된 걸까.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1년차인 2021년은 기후외교에서 주요한 해다. 1년 내내 굵직한 기후 외교회담들이 포진돼있다. 그 중간에 위치한 P4G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6년간 멈춰있는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상향될 것이란 희망 섞인 기대도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1달 전 미국이 주최한 기후 정상회담에서 이웃 국가인 일본을 포함해서 미국, EU, 영국 등이 전향적으로 2030년 감축 목표를 상향하기도 했고,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지난 4월 중국 방문 후 한국을 따로 찾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대대적으로 행사를 홍보하며 각국 정상들 초청에 분주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겉과 속이 너무 달랐다. 100억원 규모의 기후기금 공여 외 정부는 이미 공언한 ‘연내 NDC 상향’ 약속을 되풀이했다. 정부의 머뭇거리는 행보에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했고, 다른 국가들과 보폭을 못 맞추니 이대로 가면 2030년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미국을 제치고 전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기대로 시작해 실망으로 끝난 P4G 정상회담을 우리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P4G 행사 양일과 이틀 후까지 보도된 230여 건의 지면, 방송, 통신사 기사들을 살펴봤다.


언론 보도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통령이 참여한 행사였기에 양적으로는 많은 보도가 이뤄졌다. 신문 1면에 게재된 기사들도 29건에 달했다. 하지만 전체 보도 중 80%가량은 단순 스트레이트성 기사로, 부가 취재나 별도 해설 없이 정부 보도자료만을 활용한 단신에 불과했다. 1면 보도들도 기사를 살펴보면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긴 게 대부분이었다. 1면에서 P4G 진행에 비판 논조를 보인 기사가 3건 있었지만, 그마저도 2건은 P4G 홍보영상에서 서울 대신 평양이 확대된 실수를 비판하는 기사였다.


왜 이런 일이 나타난 것일까. 기후 이슈를 취재해온 한 기자는 복합적인 원인을 지적했다. 정상회담 보도의 펜대를 잡고있는 정치부 기자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기후 이슈를 이해할 여유가 없을뿐더러,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전담팀도 언론사 내 부재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자들이 소위 ‘나와바리(취재 영역)’를 넘어 협업이 가능하도록 데스크에서 기자들에게 지시를 해줘야 하는데, 기후변화에 대한 데스크의 문제의식이 그만큼 성숙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기후변화 전담팀이 꾸려진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의미있는 해설 보도들이 나오기도 했다. KBS는 양일간 4건의 심층 보도를 통해 P4G 정상회담의 한계점과 과제를 보도했으며, 한겨레 신문도 해설 보도와 사설에서 문제점들을 짚기도 했다.


기후변화가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정치와 외교, 산업의 문제로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언론의 보도 또한 이에 발맞춰 가도록 요구받고 있다. 언론이 늦다면, 우리 사회도 전 세계적인 흐름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소수의 환경부 출입기자들이 이슈를 전담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더 많은 인력으로 새로운 시도들이 필요한 것은 물론 데스크에서도 기후 이슈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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