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터리언국 총리.’ 이 재미난 이름은 김진방 연합뉴스 전북취재본부 기자의 부캐(부캐릭터)다. 김 기자는 베이징 전문 맛객으로 활약하며 지난해 책 <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를 펴내기도 했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한 ‘하오츠 하오츠 베이징 맛집 유랑기’와 페이스북 페이지 ‘금진방’에는 맛있는 중국 음식 이야기가 넘쳐난다. “일하려고 먹다가 이제 먹기 위해 일한다”는 김 기자에게 ‘음식’과 ‘중국’은 떼 놓을 수 없는 전문분야가 됐다.
2011년 기자생활을 시작한 그는 ‘언젠가 기자로서 중국 관련 일을 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안고 있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인천공항공사 해외사업팀에서 중국을 담당하다 연합뉴스에 입사한 경우였다. 회사에 베이징 특파원이 있는 건 알았지만 자신에겐 너무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전북취재본부에서 5년째 사건기자로 일하던 2016년 베이징 특파원에 발탁됐다.
“그때 운 좋게 특파원 지원 기회가 생겼어요. 저녁 시간 쪼개 공부하고 다시 HSK(중국어 능력 시험) 자격증을 땄죠. 특파원은 보통 차장급이 가거든요. 저는 한참 어린데 다행히 좋게 봐주셨어요. 2017년 1월 공식 부임했습니다.”
베이징 특파원의 하루는 그의 예상보다 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맞붙은 시기여서 민감한 사안이 계속 발생했다. 매일 중국 외교부 브리핑, 시진핑 주석 연설을 챙기면서도 사건기자처럼 분주하게 취재했다. 도청당하는 게 일상이었고, 북한 이슈를 취재할 땐 북중 접경지역 유치장에도 자주 불려갔다.
“북한 관련 취재를 많이 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나 북한 인사들이 중국에 올 땐 중국 공안이 저 같은 기자를 유치장에 잡아둬요. 취재를 못하게 하려는 거죠. 베이징은 억압된 사회이다 보니 그냥 살아가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커요. 정신없이 지내다 어느 순간 숨을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 기자는 지치지 않고 일하기 위해 먹기 시작했다. 기자 동료들, 중국 친구들을 모아 베이징 식도락 모임을 만들었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기다보니 숨통이 트였다. 유창한 중국어 덕분에 보다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그만큼 더 듣고 더 많이 배웠다. 모임이 여러 개로 늘어나면서 ‘김 기자가 입맛이 까다롭고 맛집을 많이 안다’는 소문이 났다고 한다. 당시 살이 오른 김 기자에게 ‘돼지터리언국 총리’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는 이를 필명으로 삼아 먹고 마신 기록을 브런치와 페이스북에 쌓아갔다. 그걸 본 출판사의 제안으로 특파원 재직 중이던 지난해 베이징의 음식, 술, 차, 역사를 아우르는 책까지 내게 된 것이다.
“고향 전주에선 제 입맛이 그렇게 까다로운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먹는 덴 늘 진심이고요.(웃음) 사실 부임할 때 부담감이 너무 컸어요. 고작 7년차이고 지역본부에서 주요 특파지에 간 거라 선입견이 있지 않을까 하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식도락 모임, 브런치 연재, 페이스북 활동 덕분에 특파원 본업무도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파원 임기를 마친 김 기자는 지난달 전북취재본부에 복귀했다. 다시 사건기자로 전북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지만 중국을 향한 관심은 변함없다. “다음엔 중국 미술에 관한 책을 쓰고 싶어요. 미술을 좋아해서 베이징 미술관 투어 내용을 책 초고에 넣었는데 편집 과정에서 빠졌거든요. 베이징 공항도 흥미로운 출입처라 다뤄보고 싶고요. 회사에 중국전문기자가 없는데, 언젠가는 제가 그 바이라인을 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