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었던 그날은 다른 아이템을 취재할 예정이었습니다. 출발하는 와중에 일명 ‘꽝’이 났습니다. 취재팀은 이틀 전 삼척 앞바다에서 발견됐다고 보도된 북한 목선을 취재하기로 했습니다. ‘강원도 최남단까지 뚫렸다’ 정도는 다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삼척항에 도착했습니다. 목선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취재진도 볼 수 없었습니다. 커다란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다니자, 어민들이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북한 어선 벌써 끌고 갔다’면서 너무 늦었다고 했습니다. 어민들은 한목소리로 항의했습니다. 정부 발표와 언론 보도가 모두 거짓말이라고 했습니다. 북한 목선이 알려진 것과 달리 ‘삼척 앞바다’가 아니라 ‘삼척항’에서 발견됐다는 겁니다. 최초 신고자도 조업 중이던 어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목선이 부두에 정박까지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설마 그랬을까’라고 의심했습니다. 취재할수록 사실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북한 목선 삼척항 정박’ 보도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축소·은폐 의혹에 이어 국방부 장관의 사과 등 파장이 컸던 이번 보도는 현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습니다. 제대로 알리겠다고 하자, 삼척항 어민들은 자기 일처럼 도왔습니다. 당시 촬영된 사진도 주고, 목격자도 찾아줬습니다. KBS 본사와 지역국 간 협업도 주효했습니다. 국방부 출입 기자와 강릉방송국 기자들이 취재 내용을 공유하며, 실시간으로 확인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이번 보도는 의혹을 확인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취재 초기 관계기관은 군 보안과 북한 관련 등의 이유로 사실 확인과 정보 제공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관련 의혹과 파장이 확산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군 당국 등 관계기관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