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요양보고서

[제345회 이달의 기자상] 권지담 한겨레신문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권지담 한겨레신문 기자. 지난 가을부터 올해 여름까지, ‘대한민국 요양보고서’가 완성되기까지 8개월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총 8회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를 기획하고 보도하면서 2008년에 시작된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11년째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인의 수가 늘면서 장기요양 기관의 수는 2만개 이상 늘었지만, 돌봄 서비스의 질은 그대로였습니다.


직접 뛰어든 노인 돌봄 현장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요양보호사들은 식사와 휴식 공간이 제공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노인들을 돌봤고, 요양보호사들의 낮은 처우는 노인의 돌봄권을 보장하기 어려웠습니다. 요양원은 노인과 요양보호사의 존엄권을 지킬 수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요양보호사의 가혹한 노동에 어르신 인권도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한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요양기관들은 부정 수급과 보조금 착복 등으로 돈을 가로챘습니다. 지난해 한 해만 836곳에서 94억 원을 착복했다는 내용의 현지 조사 결과도 드러났습니다. 요양보호사들이 최저 시급을 받고 고된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동안 우리가 낸 장기요양보험은 줄줄 새고 있었습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현장 취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간접 체험이나 인터뷰로는 볼 수 없었던 민낯을 볼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한겨레에서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24시팀(사건팀)에 소속된 제가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이 기획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24시 팀장과 팀원들의 배려 덕분입니다. 그렇기에 이 기획은 24시팀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돌봄도 물과 공기만큼 우리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돌봄을 깔보다가는 언젠가 돌봄 결핍의 위기가 오고 나서야 모두 후회할지 모른다.” 미국 데보라 스톤의 말처럼 ‘대한민국 요양보고서’가 ‘노인 돌봄’의 문제를 우리 삶의 중요한 의제로 꺼내는 역할을 했기를 바랍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