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쫓기고 외면되고'… 12살이 기댈 곳은 없었다

[제345회 이달의 기자상] 우종훈 광주MBC 기자 / 지역 취재보도부문

우종훈 광주MBC 기자. 작은 시신이 물 위로 떠 올랐다. 시신에는 목이 졸린 흔적이 있었는데, 이는 엄마의 재혼한 남편이 낸 것이었다. 엄마는 딸의 숨이 넘어가는 현장에 있었다. 아이는 숨지기 보름 전 경찰에 의붓아빠로부터 성추행당했다고 신고했다. 이 요청은 친부에 의해 철회됐다. 여기까지가 취재를 시작하기 전 드러난 사실이었다.


취재진은 친부가 신변 보호를 철회했다는 데 의문이 들었다. 친부가 철회했다 해서 받아들인 경찰도 이해되지 않았다. 취재는 ‘왜 죽였나’, ‘어떻게 죽였나’보다 ‘왜 죽을 수밖에 없었나’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었다.


취재 폭을 넓혀야 했다. 경찰과 아이, 유가족뿐만 아니라 검찰, 법원,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촉했다. 각 기관은 ‘수사 중인 사항’, ‘신상 정보를 알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취재 요청을 거부했다. 방법은 각 기관에서 모은 파편화 된 정보를 취합해 시간에 따라 배열하고, 어긋나는 부분은 재차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결국, 2016년 ‘친부에게 학대를 당했다’는 최초 신고부터 숨진 2019년 4월까지 아이의 행적이 꿰어졌다. 과거 경찰은 아이를 학대한 혐의로 입건된 친부를 검찰에 넘겼고, 법원은 그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또 아이가 생전 의붓아빠와 친부에게 학대를 당했다며 다섯 차례나 신고했던 것, 아동보호기관을 전전하며 쫓겨나기도 했던 것, 법원과 검찰이 이들에게 솜방망이 처벌만 내렸다는 것이 확인됐다.


모두가 아이의 죽음을 슬퍼했다. 하지만 아이는 살아서 모두에게 외면받았다. 수상소감을 작성하는 이 날 의붓아빠와 친모에 대한 첫 재판이 진행됐다. 엄벌이 내려져야 한다. 또 거기서 그치면 안 된다. 아이의 외침을 듣지 못했던 경찰, 아동보호기관, 법원, 검찰 등 사회 안전망이 보완돼야 한다. 사건 중계가 아닌 아이 죽음이 던지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동기 남궁욱 기자, 이정현 선배와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묻고 답하며 취재했다. 만 1년이 다 돼가는 기자들의 미숙한 취재에 도움을 준 보도국 식구들에게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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