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부산항 8부두에서 생화학 실험을 한다.” 2016년 부산항 8부두에 주한미군의 생화학전 과제 ‘주피터(JUPITR) 프로젝트’가 도입되고, 8부두 주변 주민들 사이에서 이 같은 우려가 퍼지기 시작한 지도 3년이 흘렀다. 주한미군은 앞서 2015년에도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살아있는 탄저균 배달 사고를 일으킨 ‘원죄’를 가지고 있다.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한결같이 “생화학 실험 없다”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했지만, 그들이 주민들에게 안전성을 행동으로 입증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취재진의 문제의식도 여기서 출발했다. 이들의 말을 신뢰할 수 있는지, 정말 주민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말이다. 취재는 녹록지 않았다. 미군 취재 특성상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 그들이 공개한 문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공개된 문서에도 주피터 프로젝트의 자세한 예산 항목과 ‘살아있는 매개체 실험(Live Agent Test)’ 등 충격적인 정보가 담긴 것을 보고 취재진도 혀를 내둘렀다. 한편으로 이런 엄청난 내용이 사이버 공간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게 의아하기도 했다.
취재진은 앞으로도 8부두를 주시할 것이다. 주한미군이 주피터 프로젝트의 안전성을 행동으로 입증할 때까지 말이다. 이 문제는 이 땅의 주권자인 국민 동의 없이 외국 군대가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위험천만한 프로젝트다. 이는 결국 주권 침해 문제와도 연관된 것이다. 또 우리 안전의 문제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탄저균 배달 사고 같은 사고가 부산에서 재현된다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취재진은 이번 취재에 미국의 탐사보도협회(IRE)의 도움을 받았다. 국경을 초월한 언론인의 연대를 체험할 수 있었다. IRE 관계자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