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사망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몇 개월 전만 해도 건강했던. 총파업 승리 직후, MBC가 정상화의 첫발을 내디딘 걸 축하한다며 만둣국을 사줬던 그였다. 조만간 또 보자며 악수하고 헤어졌는데, 그게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는 소방관이었다.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건 폐암. 부산소방본부는 ‘공상’ 신청을 진행한다고 했다. 정부에게 소방관의 업무와 사망 관계를 인정해달라는 절차다. 우리나라는 공상 인정에 인색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영면한 그가 적어도 억울하지는 않았으면 했다.
그의 근무 이력을 확보했다. 어렵게 부산에서 암이 발병한 소방관들의 명단도 구할 수 있었다. 의외의 부분을 발견했다. 암 발병 소방관 중 무려 5명이 특정 소방관서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폐쇄되고 없는 망미119안전센터. 이곳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동료 소방관들을 수소문했다. 그러다 들은 얘기다. “우리는 출동 안 할 때 소방서 차고지에서 지냈어요.” “망미119안전센터는 소방차 매연으로 가득했지.” “거기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했죠.”
이 매연은 디젤 배출가스로 세계보건기구 지정 1급 발암물질이다. 시동 점검을 위해 소방차를 공회전하고 출동을 위해 드나들 때마다 차고지엔 발암물질이 짙게 쌓인다. 이를 배출할 수 있는 장비는 없다. 우리는 소량의 석면에도 소스라친다. 소방관들은 석면과 같은 등급의 발암물질을 마시며 지냈다. 취재를 위해 1시간만 차고지에 머물러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전문 기관의 측정, 충격적인 결과로 인한 실태 조사, 소방서 개선 계획 도출 등은 차치하고, 이번 기사에선 하나만 얘기하고자 했다. ‘이거 개선해주세요.’ 상을 받게 되어, 물론 기쁘다. 이번만큼은 소방관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부터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