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약탈자들

[제343회 이달의 기자상] 장나래 한겨레 탐사에디터석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장나래 한겨레신문 기자. 자영업자들이 힘들고 어렵다는 뉴스는 이미 넘쳐났습니다. 치솟는 임대료, 감당할 수 없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한겨레 탐사팀은 그것만이 문제의 전부인지에 의심을 품었습니다. 자영업은 한해에만 100만여 명이 새로 유입되는 거대한 시장입니다. 고용 규모로 보면 대기업 몇 곳이 매년 생겼다 사라지는 셈입니다.


누가 이 거대한 시장에서 신규 창업자들을 먹잇감으로 삼아 빨대를 꽂는지에 주목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창업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자영업자에게 기생해 번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어느 언론에서도 접근하지 않은 방식이었습니다. 제보자 하나 없이 시작했지만 직접 업계에 침투하는 방식으로 취재를 진행해 200명이 넘는 창업 컨설턴트를 만날 수 있었고, 착취당한 100여명의 자영업자 삶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예정됐던 기획 기사는 세 편이었지만, 기사를 끝낼 수는 없었습니다. 첫 기획 기사가 나간 다음 날 창업 컨설팅업체를 기습 방문하니 서류를 파쇄하고 컴퓨터 본체를 빼내는 등 증거 인멸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탈세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없애고 있는 것이 세금 신고하지 않은 각종 계약서라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보 메일과 전화도 하루에만 수십 건씩 쏟아졌습니다. 기사 덕분에 계약만 한 상태에서 더 큰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는 사연부터 업체에서 탈세하고 있다는 등 구체적이고 다양한 제보들이 밀려들었습니다. 피해 사례가 너무 많아 모두 기사화하지는 못했지만, 이 기사가 앞으로 창업 시장에 뛰어들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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