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 나가는데 무기가 구식이면 되겠나.’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 무렵 언론계에서 CMS를 두고 나왔던 얘기다. 전쟁터는 디지털 미디어 시장, 무기는 CMS를 의미한다. 신문사의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 개편이 디지털 전환의 필수조건이자 시작점으로 여겨진 것이다.
당시 전 세계적 흐름에 따라 국내에서도 2014년 파이낸셜뉴스가 통합CMS를 처음 선보였다. 기사입력기(CTS)와 디지털 편집·퍼블리싱 시스템, 데이터베이스 등을 결합해 디지털 중심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었다. 이어 주요 언론사 가운데 한국일보, 조선비즈, 세계일보, 한겨레, 중앙일보 등도 통합CMS를 구축했다.
업계의 움직임이 이어지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16년 ‘디지털 퍼스트를 위한 통합CMS 구축’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3년간 매년 공모를 통해 국제신문, 매일신문, 경향신문, 부산일보, 헤럴드경제, 대구일보, 전남일보, 경남신문, 광주일보 등이 선정됐고, 이중 3곳이 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은 통합CMS를 도입한 상태다.
현재 통합CMS를 운용하는 신문사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곳은 중앙일보다. 지난 2016년 10월 외부 업체와 협업해 새 시스템 개발에 나섰던 중앙일보는 2017년 2월 자사 통합CMS인 ‘JAM<사진>’을 오픈했다. 여기서 콘텐츠 생산, 디지털 퍼블리싱, 지면 편집 등 전 과정이 한꺼번에 이뤄진다. 취재기자는 기사입력창에 사진과 동영상을 다양한 형식으로 삽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래프, 각종 데이터, SNS, 오디오 등도 손쉽게 붙일 수 있다. 이들 기사는 디지털로 먼저 출고된다.
중앙일보는 CMS와 함께 자체 개발한 분석툴(JA)까지 활용해 디지털 인프라를 쌓아가고 있다. 중앙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외부 업체가 손을 뗐고 저희가 독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이달 중 그룹 내 모든 매체에 JAM을 도입하고 데이터를 클라우드화 할 예정이다. CMS 자체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사 통합CMS ‘하니허브’를 사용 중인 한겨레도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위한 도구 ‘HA(가칭)’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데이터센터 준비팀을 꾸렸다.
이처럼 선발주자들은 CMS 안정화 단계를 거쳐 그 너머까지 내다보는 상황이지만 일부 신문사에선 아직 통합CMS 구축 논의조차 지지부진하다.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등은 여전히 지면제작용 기사입력기와 디지털 전용 시스템을 별도로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로 먼저 내보낸 기사를 지면에 실으려면 지면용 시스템에 해당 기사를 다시 입력해야 한다. 반대로 아침자 지면에 실린 기사는 취재기자 또는 전담 인력이 디지털로 옮겨 출고하는 식이다.
해당 언론사의 한 기자는 “디지털 퍼스트가 중요하다는 말을 들은 지가 언젠데, 여전히 시스템을 따로따로 쓰고 있다. 두 번 일해야 해 불편하다”며 “내부에서 통합CMS 이야기가 나온 적은 있지만 실제 언제쯤 도입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동아일보는 지난 2016년부터 통합CMS 개발을 논의해왔지만 구체적인 시점을 확정하지 않았다. 서울신문도 지난해 5월 신임 사장이 취임한 이후 통합CMS 도입을 위한 TF까지 꾸렸으나 결국 백지화됐다. 국민일보의 경우 현재 활동 중인 사내 디지털 혁신TF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한편에선 통합CMS 구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시스템 개발에 최소 10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CMS 도입 이후 당장 디지털에서 이 금액을 상쇄할 만한 기대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다. 한 신문사 간부는 “초반엔 CMS를 바꿔야 (디지털에서) 뭐라도 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최근 1~2년새 달라진 것 같다”며 “몇몇 언론사처럼 거액을 투자하면 좋겠지만 우리 상황에선 쉽지 않다. 앞선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차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