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간다워야 할 스포츠 현장에서 인권이 무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평창올림픽 컬링 은메달리스트 ‘팀 킴’의 폭로도 그런 경우였습니다.
컬링이라는 낯선 종목을 국내에 보급하고, 2006년 국내 최초 전용 경기장을 의성에 지어 선수들을 발굴한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그의 가족들은 평창올림픽에 모든 역량을 쏟았습니다. 이들에게 지도를 받은 남자팀, 여자팀, 혼성팀 모두가 2017년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정상에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명 지도부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엔 △인권 침해 △조직 사유화 △공금 횡령 등 우리 체육계 고질적인 문제들이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SBS는 지난해 11월 ‘팀 킴’을 만나 지도부의 전횡 의혹을 최초로 보도했습니다. 이후 김경두 씨 일가의 의성 컬링 훈련원 독점, 상금 및 공금의 횡령과 유용, 국가대표팀 사유화 등에 대해 의혹을 연이어 제기했습니다. 정부의 감사 결과 선수들의 주장은 대부분, SBS의 보도는 모두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지 1년이 막 지난 오늘, 우리의 모습은 심히 부끄럽습니다. 종목을 막론하고 지원과 후원, 관심은 뚝 떨어졌고, 선수들의 현실은 말 그대로 얼음처럼 차갑게 얼어붙었습니다. 그동안 숱한 감동을 받으며 올림피언에게 적지 않은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포츠 현장에서 인권은 더욱 존중받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체육 조직, 행정, 후원 문화가 보다 건강해지길 바랍니다. 언론인으로서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그것이 제가 올림피언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