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대구대교구 비리를 취재한다고?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그만둬. 너만 손해야.” 친한 경찰 관계자의 말이었다. 이해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신자만 50만 명이고 언론사와 대학교 등 270여 개 기관을 운영하는 막강한 힘을 지닌 세력이었다. 대구대교구가 운영한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인권유린과 비리가 터졌을 때 언론은 침묵했다. 부끄럽고 참담했다. 우리가 보도했더라면 최소한 한명이라도 희망원 안에서 억울한 죽음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부채의식에서 비리 의혹 취재는 시작됐다.
먼저 천주교 내부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소문에 나섰다. 설득작업에 나섰고 비리 제보를 하나씩 확보했다. 보도가 계속되자 대구대교구 내부로부터 제보가 들어오고 취재가 이어졌다. 취재 시작 후 약 1년 만인 2017년 12월, 마침내 스모킹 건을 확보했다. 대구교구장인 조환길 대주교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는 내부 문건을 확보한 것이다. 문건 작성자는 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전 총장 신부였고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대학교에서 10여 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대구대교구로 보냈다는 내용이다. 보도 후 천주교 신자와 사제로부터 감사하다는 격려 전화를 많이 받았다. 천주교 개혁연대는 서울과 대구에서 쇄신을 촉구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보도가 천주교 개혁운동의 발화점이 된 것이다.
이번 보도로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마냥 즐거워할 수는 없다. 세상은 아직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담하지 않겠다. 우리가 사라지고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들만이 사는 세상이 됐을 때 사람들이 우리 기사를 진실로 여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