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겨울, 압구정동 미용실에서 스태프로 일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한 달에 30만원을 받으며 3년을 버텼지만, 끝내 꿈을 이루진 못했습니다. 한때는 그가 헤어 디자이너가 되지 못한 게 ‘노오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왜 스태프들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급여와 처우를 받으면서도 미용실을 떠나지 못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이 기사는 제 과거에 대한 반성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용업계 ‘열정페이’ 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청담동을 파헤치자!” 나름의 의욕을 갖고 시작한 기획이었지만, 인터뷰에 응해줄 이를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어제는 새벽 4시, 내일은 새벽 5시” 출근을 하느라 인터뷰 중 졸음을 참지 못하는 스태프를 붙잡고 이야기를 물을 때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은 마음에 죄책감에 사로잡혔던 날도 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섭외가 어려워 ‘그냥 이 기획이 엎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달의 기자상을 받게 돼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함께 취재를 했던 송채경화 선배가 옆에서 붙잡아줬기 때문에 이 기획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기사가 완성되기까지 묵묵히 이 기획을 기다려주셨던 이재명 에디터, ‘취재가 안 되면 야마를 바꾸면 되지’라고 ‘죽비소리’를 울렸던 콘텐츠기획팀 선배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청담뷰티공단 리포트’ 기획 시작단계부터 시작해 마지막까지 기사를 훌륭하게 다듬어주신 이재훈 팀장께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