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믿기 힘든 제보를 받았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보이스피싱에 당해 거액을 뜯겼다는 것이다. 광주·전남지방경찰청에 확인했지만 접수된 사건은 없다고 했다. 관심이 멀어져 가던 이 제보는 박진표 사건캡이 지난해 11월20일 권양숙 여사를 사칭해 보이스피싱을 한 50대 여성 피의자가 구속됐고 통장에서 윤 전 시장의 이름이 나왔다는 정보를 확보하며 같은달 23일 대서특필된다.
단순 피해자였던 윤 전 시장에 대해 광주일보는 피해시점이 지난 6·13지방선거 경선 과정이었던 점을 감안해 ‘공천 청탁 등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금품을 건네지 않았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광주지검 또한 윤 전 시장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지난달 13일월 기소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사기범의 행각은 놀라웠다. 자신의 자녀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로 속여 윤 전 시장에게 취업도 청탁했다. 이 과정에서 권 여사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까지 사칭하는 등 1인 6역을 하는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사기범은 지역 정치계에서 유명했다. 각종 선거 캠프를 오가며 SNS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활동을 주로 했다. 그를 기억하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윤 전 시장만 사기범을 몰랐던 것이다.
현재 검찰은 윤 전 시장이 평소 친했던 건설업자에게 빌렸다고 하는 피해금액 1억원의 대가성 여부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 취업 청탁은 했지만 공천 청탁은 아니라는 윤 전 시장. 한땐 그를 지지하고 좋아했던 한 명의 시민으로서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