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시대에도 ‘제보’와 ‘끈기’의 힘은 강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누군가’가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을 금융감독원에 제보하면서 회사와 감사인인 회계법인이 공모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사건을 취재할 때도 누군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누군가는 ‘내부 문건’에 등장하는 직원들의 역할을 제보했고, 누군가는 급박했던 삼성바이오의 당시 상황을 제보했다. 회계라는 숫자 속에 숨을 수 있었던 ‘분식’ 의도가 이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물론 이름 있는 누군가의 도움도 컸다. 오랫동안 이 사안을 쫓아왔던 참여연대의 회계사와 활동가,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이다.
처음 내부 문건을 마주했을 때는 끝까지 읽기도 쉽지 않았다. 삼성의 보고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기록하지 않는다. 회계를 이해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를 쫓은 이들은 보고서 속에 숨어있는 사실의 퍼즐을 쉽게 찾아냈고, 이를 스토리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모두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다. 국내 제일의 재벌을 상대로한 싸움에서 맞서는 쪽에 서기란 쉽지 않다.
아쉬운 것은 ‘누군가’와 연락이 끊긴 것이다.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삼성의 이미지는 초법적인 영향력이란 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누군가는 기자에게 제보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 뒤에 이메일 계정을 바로 탈퇴할만큼 삼성을 무서워했다.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꼭 다시 연락을 해줬으면 좋겠다. 기자협회가 준 상을 이들과 나누고 싶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