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온라인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내용을 담은 첫 기사를 쓸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군에서 나온 단서에서 출발해 이정표 없는 길을 헤매다 또 다른 증거를 잡아 기사를 쓸 때까지 두 달이 넘는 시간을 취재했다. 그렇게 가닿은 곳은 경찰청 보안국이었다. 여러 동료들의 노력으로 철벽같은 보안국 담장의 한 귀퉁이를 헐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국정원, 국군 사이버사령부와 마찬가지로 경찰청 보안국에서도 포털사이트 등에 댓글을 달아 여론을 움직이려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많은 고민이 들었다.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경찰이 ‘은밀한 공작’을 했을 것이라 좀처럼 믿어지지 않아서다. 취재 과정은 그 믿음을 허무는 과정이었다. 여론 조작에 보수단체 회원 7만여 명을 동원한다는 계획 문서가 발견되는 등 그 규모는 국정원이나 군 보다 컸다.
이번 기사는 <한겨레21>과 경찰을 담당하는 <한겨레> 사회부 24시팀이 협업해 내놓은 성과다. 모든 동료들의 노력이 빛났지만 특히 취재의 첫 단서를 포착하고 끝까지 함께 취재한 하어영 한겨레21 이슈팀장과 성과를 낼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 준 노현웅 한겨레 24시팀장의 덕이 컸다. 오늘 하루 기뻐하고 내일부터는 다시 방심하지 않는 기자로 살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