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문화적 테러에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겁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세워져 있던 세계 조각 미술계 거장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 ‘꽃의 내부’가 용광로 속 쇳물로 사라졌다는 소식이 부산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지역 미술계와 예술계는 한탄을 쏟아냈다. 부산비엔날레와 부산바다미술제 등의 국제적 미술 행사를 통해 한층 한층 쌓아온 부산 미술계의 명성이 어이없는 행정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부산 시민들 역시 ‘어떻게 세계적 작가의 작품, 그것도 유작을 철거할 생각을 했느냐’며 해운대구청의 결정에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해외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대한민국 부산에 설치돼 있던 세계 유명 조각가의 작품이 사라졌다’며 잇따라 본보 보도를 인용했다. ‘문화’라는 세계 공통의 공감대에 큰 파장을 미친 사건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꽃의 내부’ 철거 사태는 문화 작품이나 공공조형물을 유치하는 데에만 급급했던 광역·기초 지자체의 문화 행정의 현주소를 보여준 단적인 사건이다. 부산시와 16개 기초지자체 모두 공공조형물의 관리에 대한 대책은 유명무실한 실정이었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부산시는 공공조형물의 관리, 보수, 이전, 철거에 필요한 근거를 조례 개정으로 마련했다. 더 이상 ‘꽃의 내부’ 무단 철거 사태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역 언론으로서의 감시의 기능을 이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