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 같은 건 없다.” 지난해 12월26일~1월2일 베트남 중부 다낭시와 꽝남성에서 베트남 사람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다.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현재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그들은 줄곧 ‘과거는 과거일 뿐’이란 태도를 보였다. 그들이 유가족이거나, 피해 생존자이거나, 목격자였기에 그 말은 잘 와닿지 않았다. ‘과거를 닫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정부 기조를 따라 형식적으로 대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50년 전 사건이 벌어진 날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은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기억은 생생했다. 그들은 2018년 현재 아직도 50년 전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위령비를 짓고 있다. 학생들에겐 각 마을에서 벌어진 한국군 민간인 학살 사건을 가르친다. 그들이 원한을 갖진 않더라도, 후대에까지 그 역사를 잊진 않겠구나 생각했다. 나중엔 ‘원한 같은 건 없다’는 말 앞엔 ‘기억할 것이지만’이 생략된 것이라고 이해했다.
1999년 베트남전쟁 한국군 민간인 학살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구수정 당시 <한겨레21> 전 호찌민 통신원(현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과 한베평화재단 활동가들이 베트남 현지에서 발굴하고 다져놓은 자료와 네트워크가 아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기획이었다. 대부분의 자료와 아이디어, 그리고 모든 통역을 그들에게 빚졌다. 끝으로 3회 연재 기사에 잡지 지면 50쪽을 내어 준 길윤형 편집장과, 인터뷰 기사의 새로운 포맷을 함께 고민해 만든 김봉규 사진부장, 8박9일 동행 취재한 김진수 사진기자께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