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 성공을 위한 제언

[스페셜리스트 | 외교·통일]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북한학 박사

2017년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 이후 나라 안팎의 다양한 불안 상황이 상쾌하게 정상화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숙한 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갑고 감격스런 일이다. 다만 북한이나 미국, 중국, 일본과의 각종 외교 갈등 속에서 발생한 사면초가의 함정이 너무 깊어서 기대감보다는 우려감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년 가까이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추진 양상을 관찰해온 기자로서 민족의 과제인 분단 해소와 통일 달성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 정부 대북 정책 성공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적어본다.


우선 성급한 성과주의나 앞선 정부와의 차별화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는 파탄 났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은 고도화됐다.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 체제는 강고하게 구축됐고, 대한민국 외교 공간은 그만큼 좁아졌다. 남북 분단 구조와 국제 차원의 정전 체제가 이중으로 작동하는 한반도 상황에서 지금은 모든 갈등 요소가 극도로 불거진 상태인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려고 성급하게 무리수를 쓴다면 정전 체제의 제약과 충돌하게 된다. 1년 정도 기간을 대북 정책 전환을 위한 과도기로 설정하고 정책 로드맵을 만들어서 한미동맹, 한중관계, 남북관계, 국내 여론 등에 대한 정책 변화 또는 분위기 전환을 조용하게 추진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둘째, 대북 정책 분야 적폐 관행을 청산하는 노력이 차분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북한 붕괴론이나 종북 프레임은 지난 10년 동안 대북 정책 실패와 북핵 문제 악화를 초래한 요인으로 대표적인 적폐에 해당하고, 당연히 청산 대상이다. 그러나 청산 방식이 과격하면 반대 의견을 가진 진영도 과격하게 반발할 것이며, 결국 극우 세력을 상대로 진흙탕에서 싸우면서 임기 5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적폐 청산을 조용하게 진행한다면 청산 작업 자체는 물론 전반적인 대북 정책 성공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셋째, 대북 정책과 관련한 초당적 대응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 대북 정책을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가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갈려서 북한 문제를 서로 정치 쟁점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이 흉물스럽게 드러난다. 초당적 대응은 말로만 외친다고 해서 되지 않고,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실천해야 한다. 선결 과제는 권력을 지닌 대통령이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야당 인사를 부분적으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거나 유관 부처 장관을 수시로 야당 지도부에 파견해 현안 브리핑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불쾌감을 극복해야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정책 정당성을 강화하면서 대북 정책 성공 가능성은 획기적으로 커진다.


대북 정책 추진에서 언론 협조를 받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언론 협조를 강제로 받아내려는 시도는 언론 탄압인 만큼 절대 금물이다. 물론 언론 스스로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국익에도 부합하는 보도를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특종이나 존재감 과시에 대한 욕심은 언론의 속성이다. 이런 욕심은 언론의 순기능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강제로 잘라내면 언론이 함께 죽는다. 결국 정책 현안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자세하게 제공하는 것이 방법이다. 오보나 악의적 보도, 또는 국익을 훼손하는 보도에 대해서도 소송 제기보다는 적극적 해명과 함께 정정이나 수정을 끈기있게 요구하는 것이 대북 정책 성공으로 가는 가장 좋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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