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보도, 도움도 안 되고 읽을만도 못하다

[언론 다시보기] 변상욱 CBS 대기자

조선업을 중심으로 중공업 구조조정에 관한 언론보도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정부나 금융권의 발표를 받아 적은 기사이니 내용이 대동소이하고 통신사의 뉴스서비스를 그대로 베껴 쓴 기사들은 아예 내용이 동일하다. 냉정히 평가하자면 읽어볼 기사는 하루 서너 건을 넘지 않는다. 참고로 필자가 방송용 또는 온라인용으로 작성했던 조선업 구조조정 기사를 몇 건 인용하고자한다. 아래 기사들은 모두 5년 전인 2011년 6월에서 10월까지의 넉 달 동안 송고한 내용들이다.


“…조선산업의 후퇴로 일감이 줄어든다면 그 자리에 새로운 녹색 일자리가 생겨나야 한다…태양광에너지나 풍력발전기 부문에서 저탄소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기업도 있다. 비록 비정규직만 늘어나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으니 이렇게라도 전략적이고 정의로운 전환을 고민한 것은 인정하고 싶다…산업적 전환이 이뤄지는 시점에는 반드시 타격을 입을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 계획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


“…한국의 중공업이 중국의 추격을 받으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가 공장을 해외로 옮기고 일자리를 없애는 건 닥쳐 온 현실이다…노동자는 정리해고 당하고 가족들은 저소득층이 되어 쪼들리고 빈부격차는 커지면서 세습된다. 환경이 나빠지면 내일 죽고 일자리가 없으면 오늘 죽는다…떠밀려난 노동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 과정에서 필요한 생계비, 교육비용이 준비되어야 한다…특정 산업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해 쇠퇴의 길을 걷고 노동자가 정리해고돼 쓰러지고 가족이 무너지면 기업이 산다 해도 정부와 국가의 의미는 없는 것이다.”


“…2007년 들어서서 일본의 조선업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고 한국을 추격하려 하나 우리나라는 고부가가치 기술로 앞서가고 있어 일본으로서는 아직 벅차다…그러나 우리의 조선업 설비는 일본의 1970년대처럼 과잉설비 상태이다. 생산성과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설계와 기술, 경험과 숙련도로 주도권을 잡아 따라오는 중국을 계속 앞질러 가야 한다. 중국은 10년 이상 집중투자를 해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선업이 무너지면 조선업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부품 등을 납품하는 조선기자재 산업도 함께 무너진다. 대형 조선업체, 중소선박업체, 조선기자재업계가 함께 흔들림 없도록 지원해야 한다…최대 수출산업인 조선업이 껍데기만 남지 않도록 국가 고용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조선업의 노사분규를 70년대, 80년대처럼 공안 차원에서만 다루면 어쩌겠다는 것인가?”


“…일본의 조선업 구조조정은 노사협의를 기반으로 인적 자원의 재배치와 재교육, 지원정책이 사전에 진행되었다.
△퇴직자의 재고용 중단
△출향(휴직파견)-호황인 관련기업으로의 파견
△조선사업소를 육상기계사업소로 전환해 재배치
△관련기업으로 제품을 이관하면서 재배치”


“…일본정부는 ‘선박제조업구조개선임시조치법’을 만들어 과잉설비의 매각, 해고 노동자 퇴직금 및 해고수당 자금 등을 지원했고, 채무보증 자금의 확보 등에 나섰다…”


이때도 이미 구조조정을 준비하기에 늦은 시기였다. 그로부터 5년 간 아무 진전 없이 시한폭탄 돌리기를 해 오다 한국은행서 돈을 찍어 처리하는 것이 한국식 양적완화라는 정부의 태도는 명백히 직무유기이다. 산업의 현실과 미래를 살펴 입법과 행정부 독려에 나섰어야 할 국회와 여야정당들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국회를 질타하며 내몰았어야 할 우리 언론도 책임은 크다. 이를 살펴 진지하고 땀 흘린 기사가 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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