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리더십과 저성과자

[스페셜리스트 | 경제] 곽정수 한겨레 경제선임기자·경제학박사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이른바 양대지침 추진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의 공방이 뜨겁다.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처들이라며, 지침이 시행되면 ‘저성과자 해고 1번’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대통령의 실적 평가 중 가장 많이 쓰인 방법은 집권 기간 중 경제성장률, 실업률 등 경제지표 비교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노동계 주장이 아주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다. 성장률의 경우 박근혜 정부 3년 평균은 2.9%로, 노무현 정부의 4.4%, 이명박 정부의 3%를 밑돈다. 박 대통령이 말끝마다 강조하는 일자리와 직결되는 실업률도 지난 3년 평균이 3.4%로, 노무현 정부의 3.5%, 이명박 정부의 3.4%에 비해 나을 게 없다.


물론 박 대통령은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최근의 경제적 어려움이 자신의 탓이 아니라 경제활성화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노동개혁법 등)의 국회 통과를 가로막는 야당 탓이라며 ‘방어막’을 쳐놓았다. 야당은 대통령이 경제실패의 책임을 국회에 전가한다고 반발하지만, 대통령의 주장은 나름 이론적 근거가 있다. 경제학 교과서인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대통령을 재임 당시의 경제지표로 평가하는 방법은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의회의 비협조 등 대통령조차 어쩔 수 없는 경우가 고려되지 않는 것을 꼽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주장에도 분명 한계가 있다. 대통령이 주장하는 경제활성화법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꼭 경제가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여당은 야당의 동의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 해 ‘소수독재’, ‘식물국회’의 부작용을 낳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을 고치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하면 국회에서 법안 처리 건수가 늘어나도록 하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당의 독주와 야당의 반발 등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게 불 보듯 뻔하다.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 한데, 이렇게 사분오열된 모습으로는 기대할 게 없다.


중진 경제학자인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강한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책에서 “사회발전을 위한 조건으로 ‘물리적 기술’과 대비되는 ‘사회적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적 기술이란 사람 간의 게임규칙인 제도, 이를 실행에 옮기는 조직, 그리고 제도를 운용하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이 어우러진 시스템을 가리킨다. 인류 역사를 보면 사회발전을 이루려면 좋은 제도와 효율적인 실행조직, 이를 이끄는 뛰어난 리더십이라는 3박자가 모두 갖춰져야 함을 알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야당을 공격해서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사회 갈등 해소와 통합이라는 국가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서툰 목수가 연장 탓한다는 말이 있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법이나 국회선진화법과 같은 제도만 탓할 게 아니라 자신의 리더십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은 저성과자라는 낙인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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