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J 조사단 파견 진지하게 고려하겠다"
내부 논의 거쳐 곧 결정 …한국정부 일련의 조치 '우려'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 입력
2008.08.20 14:54:20
국제사회는 현재의 한국언론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세계 최대의 순수 기자 조직인 국제기자연맹(이하 IFJ) 에이단 화이트(57) 사무총장은 한국 기자들이 처한 상황을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국정부가 언론과 미디어 운영에 대한 간섭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IFJ 조사단 파견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를 거쳐 곧 결정하겠다”고 밝혀왔다. 군부독재 시절부터 한국언론의 독립을 지켜봐왔던 화이트 총장의 육성을 들어봤다. 본보가 지난 8월초부터 추진해온 에이단 화이트 사무총장과의 이메일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
-최근 한국에서는 주요 방송사와 언론 기관 단체장들이 이명박 대통령 측근으로 교체됐습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KBS 정연주 사장을 해임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사무총장께선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
|
|
|
▲ 에이단 화이트 IFJ 사무총장 |
|
|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왜냐면 이것은 언론사의 운영·관리에 있어 정부의 직접적인 정치적 간섭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사실상 미디어는 그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독립적인 정부권력 감시를 할 수 없게 될 겁니다.
국제기자연맹은 이런 일들에 대한 한국기자협회와 기자들의 항의·시위를 지지합니다. 언론자유 침해에 대한 기자들의 우려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죠.
대통령이 (언론 자유 침해에) 개입됐다면, 이는 자유롭고 공정한 저널리즘에 대해 냉담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입니다. IFJ는 이 과정에 대해 정부의 재고가 있기를 바라며, 언론 독립에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확신을 주기 바랍니다.
- IFJ의 각국 회원들이 한국의 언론상황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확실하게, 한국언론의 상황은 우려를 자아낼 것입니다. 왜냐하면, 최근 몇 년 동안 대부분의 IFJ 회원국들은 한국의 인권 및 표현 자유에 대한 꾸준한 진보를 반겨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많은 회원들이 지금의 한국 상황을 퇴보로 여길 것이고, 한국 언론의 명예가 떨어졌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다른 나라에서도 정부가 주도해 공영방송사 사장을 해임하고, 주요 언론사 사장을 측근으로 임명하는 사례가 있는지, 또 그것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 불행히도, 이것은 결코 유일무이한 일이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확립된 이탈리아와 같은 나라에서도 총리와 정부가 공영 언론사 운영에 개입, 개인적·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일을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 IFJ가 한국의 언론상황 실태 파악을 위해 직접 방문하거나, 조사단을 파견해 조사할 계획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 IFJ 조사단 파견이 도움이 된다면, 고려하겠습니다. 우리는 과거 한국언론의 독립성이 크게 위협에 처해 있을 때도 조사단을 보냈고, 한국(기자들)에 친밀감을 느낍니다(우리는 지난 2001년 서울에서 IFJ특별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IFJ는 (조사단 파견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칠 것이며, 곧 결정할 것입니다. 조사단 파견이 정치권력과 언론 운영을 깊이 떼 놓는데 도움이 된다면 조사단 파견은 분명 유용할 것입니다. 단, IFJ는 대결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정부(문화체육관광부)는 IFJ의 ‘한국언론에 대한 정부의 정치적 간섭을 비난한다’는 성명에 대해 “단순히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을 사장으로 선임했다는 이유만으로 언론장악 의도로 해석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반론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훌륭한 도덕적인 저널리즘은 언론사의 도덕적 운영이 기반이 될 때에만 반드시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언론사 사장 임명에 대해 어떤 이권을 둘러싼 갈등도 존재해선 안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만일 대통령의 정치적 측근이 언론사의 핵심 자리에 지명될 경우, 독립 언론과 정치권력 사이에 심각한 충돌이 나타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 한국의 언론 상황과 관련, 국제기자연맹 사무총장으로서 한국정부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I FJ는 한국언론의 친구입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동안 한국언론이 독립적인 언론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지지해왔습니다. 민주적 가치에 대한 그런 헌신들이 희석되는 걸 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한국정부에 언론과 미디어 운영에 대한 간섭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이유입니다.
- 한국의 기자들은 현 정권이 1980년대와 같은 언론장악, 언론탄압을 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정권과 싸우고 있는 한국 기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IFJ는 언론 자유를 지키려는 투쟁에서 한국 언론인들과 어깨를 걸어왔습니다. 어느 누구도 20년 전 독재시절로의 회귀를 원치 않습니다. 이것이 최근에 얻은 언론자유를 어떤 훼방으로부터라도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모든 한국기자들이 투쟁에 합류해 줄 것을 희망합니다. 언론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언론을 정치적 손아귀에서 지켜내기 위해, 언론 윤리와 보도의 최상 수준을 강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 그동안 IFJ는 세계 최대의 순수 기자조직으로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 전 세계에 자유로운 표현을 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인터넷과 기술적 변화로 인해 언론에 황금기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많은 위협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조정하려는 정치인들과 미디어를 상업적 용도의 돈벌이로만 이용하려는 회사와 소유주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그 결과 자기 검열은 강화되고 미디어의 질은 훨씬 낙후됐습니다. IFJ가 부패한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으로부터 도덕적인 언론을 지켜내기 위해 글로벌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물론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 사이의 건강한 균형은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 균형은 깨졌습니다. 우리는 미디어에 있어 가장 높은 윤리적 자질을 위해 힘쓰는 언론인들을 지지하고, 공익으로서 미디어에 있어서의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이단 화이트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20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했다. 영국 런던에서 발행되는 진보지 <가디언> 기자로 활동했으며, 벨기에의 브뤼셀에서도 신문기자로 활약했다.
1987년 전 세계 1백여개국 60만명의 현장 언론인이 가입한 국제기자연맹의 사무총장으로 뽑혀 21년째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페루, 알제리, 보스니아, 인도네시아, 인도, 팔레스타인, 러시아 등지에서 언론자유를 위한 투쟁에 참여해 언론인들의 권익을 대변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