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네티즌 혁명은 계속된다"
'오마이뉴스2.0' 시대 개막, "모든 시민은 편집자다"
윤민우 기자 mwyun@journalist.or.kr | 입력
2007.10.05 17:39:41
<오마이뉴스>가 진화하고 있다. ‘홈페이지 모양이 바뀌었구나’했는데,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변화가 전사적이라 할 만하다. 오연호대표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변화모색”이 시작됐다.
올해로 8년차. 오마이뉴스는 내년 2월이면 꼭 8살이 된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면 평가에 인색하겠지만, 이상적 구호에 그쳤던 퍼블릭저널리즘, 혹은 시민저널리즘을 최초로 시도한 점은 높이 평가할 내용이다. 또 과점현상까지 나타나는 한국의 척박한 언론환경에서 단기간에 일가를 이뤄낸 성과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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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2.0 홈페이지 메인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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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표 ‘미주리대 저널리즘 메달 수상’
오마이뉴스의 새로운 시도와 굵직한 성과는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또 지난 달 6일에는 미주리대로부터 오대표의 ‘저널리즘 메달’수상 소식도 날아왔다. 다음은 미주리대 측이 밝힌 수상이유다.
“오연호는 시민저널리즘의 세계적인 지도자이며 '모든 시민은 기자다'는 구호 아래 활동하는 국제적인 미디어 <오마이뉴스>를 창간했다.” 극찬이다. 미주리 저널리즘 메달을 받은 한국인은 1996년 수상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오대표 두 사람 뿐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1일 디자인과 기능이 이전 보다 훨씬 좋아진 ‘오마이뉴스2.0’을 발표했다. 이를 전후해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문국현대통령예비후보(전 유한킴벌리 사장)를 비중 있게 다루면서 다시 한 번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 ‘특정후보 띄워주기냐’는 비판도 받았다. 또 거침없는 입담의 소유자 유시민의원으로부터 ‘문마이뉴스’라는 신조어까지 전해 들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비판까지 포함해서 집중된 시기에 지대한 관심을 받은 오마이뉴스는 옷 갈아입고 멋진 패션쇼까지 한 셈이 됐다. 무슨 일을 도모한다면 딱 좋을 시기. 대중의 관심을 영양분 삼는 것이 언론사 생리라는 점에서 보면 오마이뉴스는 한 단계 도약할 동력을 쥐어든 모양새다.
<오마이뉴스> “문국현을 주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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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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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표는 4일 언론사 미디어 담당 기자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기획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뚜렷한 변화(2.0발표)와 톡톡한 광고효과(문국현 바람)가 시기적으로 우연히 일치했다는 변론. 동석한 이한기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은 “띄워주기가 아니라 주목하기”라며 오 대표를 거들었다. 이 본부장은 “조직적으로 띄웠다고 비판하는데, 우리의 힘을 높이 평가해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오히려 과대평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본부장은 “노조공보위 주최로 ‘문국현 보도 관련’ 사내 토론회가 열렸다”며 대표의 독단으로 편향보도를 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8월 말, ‘오연호리포트’에 문국현후보 캠프 참모로 간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인터뷰가 실린 것이 시작이었다. 김 전 소장의 인터뷰에 네티즌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달린 댓글만 모두 4백11개. 오대표는 “이전 대선보도와는 뚜렷이 다른 반응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차갑게 식었던 네티즌들의 마음에 다시금 불꽃을 지폈다고 오 대표는 판단한 것이다. 오 대표는 네티즌 댓글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예로 들었다.
“침침했던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에서 새로운 감동을 위한 뜨거움이 서서히 솟아나려고 합니다. 또 다시 미래를 위해 혼신을 다해 뛰어 볼까 하고 망설여집니다.” 동감하는 사람은 동감하겠지만, 오대표 역시 ‘망설여진다’는 말에서 속 깊은 망설임을 낚아챈 것으로 보인다. 5년 전 마음속에 ‘감동’이란 감정을 품고 정치인을 바라봤던 네티즌들이 스스로를 ‘포퓰리즘의 산물’로 자평하고 있고, 그 때문에 망설임을 느끼게 된 사연이 댓글에 묻어있다.
‘조중동네’ 시대 열려...
신 이명박 언론통제가 시작됐다.
이명박 후보와 보수언론에 대해서는 날선 각을 세웠다. 오대표는 “신 이명박 언론통제가 시작됐다”며 “군부독재시대와 방법은 다르지만, 자발적이고 이심전심 식의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대표는 “그렇지 않고는 최근의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며 이명박 후보 비판에는 유독 침묵하고 있는 보수 언론의 행태를 꼬집었다.
오대표는 또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 역시 너무 몸조심을 하고 있다”며 “뉴스 유통자로서 대중 노출빈도로는 방송과 맞먹는 대형 포털이 정치적 부담이 없는 연합뉴스 보도만으로 화면을 도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대표는 “이제는 ‘조중동’이 아니라 ‘조중동네’”라며 보수언론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네이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마이뉴스2.0 “모든 시민은 편집자다” ‘오마이뉴스2.0’시대가 열렸다. 지난 2000년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작한 오마이뉴스는 7년 만인 2007년 “모든 시민은 편집자다”라는 가치를 추가하며 확장했다. 심상치 않다. 편집권의 일부를 네티즌에게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2000년 설립 당시만큼이나 무모하고 이상적인데 지금까지 이상을 현실로 구현해 왔으니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또 한 번 성공할까.
<오마이뉴스2.0>이 보여주는 도드라진 변화는 “모든 시민은 편집자다”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건설된 홈페이지의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이다. 괄목할 내용은 오마이뉴스가 네티즌의 댓글을 제도권 여론으로 인정받게 해주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포털 네이버가 대선정국의 정치권을 의식해 뉴스에 달리는 댓글을 기사 바로 아랫단에서 치워워버리고 정치토론게시판으로 몰아 버린 것과는 뚜렷이 구별된 행보다.
오마이뉴스에 참여하는 네티즌은 댓글로 견해를 표현할 수 있다. 또 서로의 댓글을 평가해서 공증된 언론사 홈페이지 첫 면, 맨 위, 오른쪽 단에, 즉 눈에 제일 잘 뜨는 위치에 자신들의 댓글을 큼지막하게 노출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큰 권위는 사주나 편집장이 아니라 네티즌들의 서로평가로부터 나오게 된 셈이다.
이러한 가치의 적용은 지금까지 오마이뉴스가 해오던 것이지만, 이번 댓글 평가시스템은 소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대중의 견해까지 공증의 장에서 평가받고 인터넷으로 정식 출판토록 해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이를 통해 오마이뉴스는 ‘웹2.0’이라는 신산업 브랜드가 내포한 가치를 1백%는 아니지만 가장 근접하게 구현한 첫 언론사로 평가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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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시민은 편집자다"라는 가치를 담은 오마이뉴스 네티즌 편집판 'Ohmynew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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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마이뉴스 측은 이번 업그레이드가 단순히 가치개념의 확장만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한기 뉴스게릴라 본부장은 “이번 개편에 모두 6억 이상이 투자됐다”며 “단순 프로그램 개발비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서버안정화 작업까지 아우른 대대적 개편이었다”라고 소개했다.
이 본부장이 설명한 서버안정화의 내용에 따르면 “기사가 입력되면 문자와 사진 등 서로 다른 컨텐트가 자동으로 구분 돼 저장된다”며 “저장 후 데이터들은 자동으로 데이터마이닝 되어서 주제별로 관련 컨텐트가 스스로 관계를 맺고 최종 독자에게 ‘태그 네트워크’ 형태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모든 언론사들이 고심하고 있을 디지털 컨텐트의 관리와 자동 가공 프로세스에 관한 새로운 대안 중 하나를 오마이뉴스가 제시한 것으로 들릴 만큼 매력적인 자사홍보다.
참고로 데이터마이닝은 관계를 맺어준다는 개념의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래밍 기술용어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일일이 관계 정의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알아서 스스로 관계정의를 지어냄으로서 관리자와 사용자의 편의를 극대화하자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오마이뉴스 상암동 시대 시작
네티즌의 미디어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는 올해 12월 말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 입주한다. 오연호대표는 이에 대한 기대감을 여과 없이 표현했다. 오대표는 이와 함께 강화도에 폐교를 인수해 자사 직원과 인터넷 미디어 업계, 군소 매체 직원들의 재충전 장소 및 교육장소로 활용할 포부를 밝혔다.
오찬에서 오대표는 물리적 환경 변화 계획뿐 아니라 사내 문화의 대대적인 변화도 예고했다. 8년차 미디어 업체로서 인사와 복지 등 내부구조를 혁신함으로서 오래달리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시작당시 4명의 상근자로 시작한 오마이뉴스는 현재 80명이 넘는 상근자를 가진 중소기업으로 발전했다. 오대표는 “지금까지 단거리선수처럼 달려왔는데, 이제 마라톤을 하겠다”고 강조하며 “다양한 기업문화를 참고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의 전면적인 진화를 기대하게 된다. 어쩌면 주말도 없는 대표적 과로업계인 언론계에 직원들의 평생학습과 삶의 여유를 보장하는 혁신적인 기업문화모델이 만들어 질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오대표는 다음 주 미주리메달 수상 후 미주리대 강연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금 3천달러를 시드머니로 삼아 군소 언론사 기자들을 격려하는 가칭 ‘대안 언론인 상’을 제정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