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동의제 무시, 가식 뿐인 박장범... 사장 못 받아들인다"

KBS기협 "보도국 구성원들 동의 않은 일방적 국장 인사 수용불가"
신임 보도국장 "'시각화 전략' 등으로 뉴스9 살릴 것"
KBS 기자들 "아직도 상황 파악 못 해"

박장범 KBS 사장이 취임 첫날인 10일 임명동의제 절차 없이 보도국장 등 주요 국장 인사 발령을 강행하자 KBS 기자협회가 “직원들의 생각을 듣고 또 듣겠다던 박장범 사장 임명자의 약속은 임명동의제를 무시한 국장 인사로 그저 가식일 뿐임을 증명됐다”고 비판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런 박장범을 KBS 사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다.

9일 KBS 기자들이 KBS 보도국 회의실 앞에서 비상계엄 TF 구성을 거부한 최재현 당시 보도국장에 대해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KBS 기자협회 제공

11일 KBS 기자협회는 <박장범의 첫 단추는 이미 잘못 꿰어졌습니다> 제하의 성명을 내어 “상업방송조차 실시하는 임명동의제를 공영방송 KBS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현실을, 보도국 구성원들이 동의하지 않은 일방적 국장 인사를 우리 기자협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직전 KBS 사장이었던 박민 전 KBS 사장은 지난 1월 당시 단체협약과 편성규약에 명시된 5대 국장 임명동의제에 대해 “방송법 위반이고, 사장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임명동의제를 무시하고 보도국장 등 5개 국장 인사를 강행한 바 있다. 이후 사측이 노사 단체협상에서 임명동의제 조항 삭제를 요구하며 KBS는 현재 단체협상 최종 결렬로 인한 ‘무단협’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KBS 기자협회는 “임명동의제 없이 들어온 국장 발령자가 보도국과 KBS 뉴스를 얼마나 망가뜨렸는지는 지난 1년이 너무나도 잘 보여줬다. 또다시 이런 추락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하며 박장범 사장을 향해 “용산만 바라보던 전임자 박민에 이어, 똑같이 용산만 바라볼 거라는 우려는 취임 첫날부터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을 향한 '조그마한 파우치'라는 말로 KBS 뉴스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큰 타격을 준 사람, 기자들 495명의 사퇴 요구에도 꿋꿋이 버티면서 후배들 눈을 피해 6층 사장실로 올라간 사람이 박장범”이라며 “말로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정작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임명동의제는 일방적으로 거부한 사람이 박장범”이라고 일갈했다.

박장범 사장은 10일 이재환 보도시사본부장(옛 보도본부장) 등 본부장 인사와 함께 정인성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 등 신임 국장 4명을 임명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번 인사를 두고도 “취재 경험도, 능력이 입증되지도 않은 사람이 주요 보직을 맡으면서 능력을 가장 우선시한다는 인사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날 정인성 국장은 구성원에게 보도국 운영 방안을 알리는 입장문을 내어 “기자 개개인은 정치적 성향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뉴스에는 그런 편향성을 반영하지 않고 최대한 공정성과 객관성,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KBS는 전 국민으로부터 수신료를 받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객관적인 틀에 반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안에 따라 내용에 따라 우리 뉴스에 불만이 있는 시청자들도 당연히 있다. 이로 인한 비판도 우리는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인성 국장의 입장문엔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또 KBS 기자들이 보도본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정국’ 태스크포스(TF) 구성에 대해선 ‘현안 TF’라고 지칭하며 “현안 TF도 내일 부장단 꾸려지면 구체적인 방안을 상의해서 최대한 빨리 출범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KBS 메인뉴스인 ‘뉴스9’부터 살리기 위해 주력하고자 한다”며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마인드 아이템 선정과 배치 △영상, 자막, 그래픽 등 개별 리포트 ‘시각화 전략’ △한 눈에 들어오는 제목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정 국장의 해당 입장문을 두고 KBS 기자들 사이에선 아직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못하고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KBS 기자는 “TF 구성도 면피용으로, 면죄부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취재력 있고 사명감 있는 기자들이 TF에 들어가야 하는데 인적 구성을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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