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둔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히 맞서겠다”면서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내란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할 방법은 14일로 예정된 탄핵안 처리밖에 없음이 분명해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탄핵에 사실상 찬성 뜻을 밝힌 기자회견 직후 영상 담화를 통해 격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7일 비상계엄 선포를 사과할 땐 2분밖에 걸리지 않았던 담화는 이날 30분 가까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고 서두를 열었다. 그러면서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2년 반 동안 거대 야당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기 위해 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며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에 대한 탄핵 추진은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이라며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려서라도, 자신의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이야말로 이야말로 국헌 문란 행위 아니냐”고도 했다.
그는 또 3일 비상계엄 선포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 했던 것”이라 주장하며 “그 길밖에 없다고 판단해서 내린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고 했다.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계엄 사태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으며 “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 호소하는 비상조치”라는 주장도 폈다.
적군을 상대하는 특수부대를 국회에 보내 의원들의 의사 행위 방해를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며 “만일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평일이 아닌 주말을 기해서 계엄을 발동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하였고, 그래서 국회의원과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국회 마당과 본관, 본회의장으로 들어갔고 계엄 해제 안건 심의도 진행된 것”이라며 “그런데도 어떻게든 내란죄를 만들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수많은 허위 선동을 만들어내고 있다.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야당을 거듭 국헌 문란 세력으로 지목한 그는 “만일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위헌적인 법률, 셀프 면죄부 법률, 경제 폭망 법률들이 국회를 무차별 통과해서 이 나라를 완전히 부술 것”이라며 “간첩이 활개 치고, 마약이 미래세대를 망가뜨리고, 조폭이 설치는, 그런 나라가 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껏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주도한 세력과 범죄자 집단이 국정을 장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며 “저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통령 담화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사실상 내란을 자백한 꼴이라고 비판하며 대통령 제명과 출당을 위한 긴급 윤리위원회 소집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