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S 사업 적자는 881억원에 달하고, 당기 순손실은 735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645억원, 553억원 적자였던 전년(2023년)에 비해서도 236억원, 182억원씩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이에 박장범 KBS 사장은 “TV 수신료, 광고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콘텐츠 경쟁력 약세가 지속된 결과”라며 “KBS 소멸 위기”라고 밝혔는데, 경영 위기 대책으로 수신료 통합징수 법제화, 인력 20% 감축 등을 내걸었다.
2월28일 공개된 KBS 2024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KBS 수입의 49%를 차지하는 수신료 수입은 전년 대비 약 335억원 줄어들었다. 2024년 KBS의 수신료 수입은 6516억원으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6800억~6900억원대를 유지했던 수신료 수입이 6500억원대로 떨어졌다.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결합해 징수하는 기존 방식을 금지시킨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KBS가 지난해 7월부터 6개월 간 수신료 분리 고지·징수를 시행한 결과다. 박장범 사장은 2월26일 낸 입장문에서 수신료 수입 감소에 대해 “수신료 납부율은 하락하고 징수비용은 대폭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재무제표를 보면 KBS가 수신료 위·수탁 계약을 맺고 있는 한국전력에 지급하는 ‘위탁징수비’는 지난해 367억원으로 전년(462억원)보다 줄었으나, 수신료 분리납부 시행으로 지난해 항목이 신설된 지로 납부비 일부를 금융기관에 지급하는 ‘징수 수수료’ 243억원을 합하면 KBS가 부담하는 수신료 징수비용은 전년보다 약 1.3배 늘었다.
방송 광고 수입, 콘텐츠판매 수입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KBS 광고 수입은 1677억으로 전년(1967억원)에 비해 290억원 급감했다. 콘텐츠판매수입은 3472억으로 전년(3780억원) 대비 308억원 줄었다. KBS 공적재원 중 정부보조금(대외방송 방송통신위원회 지원금)도 2023년 119억원에서 지난해 100억원으로 감소했다.
갈수록 악화하는 경영 상황에 사측은 수신료 통합징수를 법으로 보장하는 방송법 개정안 통과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26일 해당 방송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1월2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해당 법안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재의결 대상이 됐다.
‘2024년도 결산’ 안건으로 KBS 이사회가 열린 2월26일, 박장범 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입장문을 내고 “수신료 분리 고지는 KBS에 또 다른 치명타가 됐다”며 “사장으로서, 역사적인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임직원에게도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KBS 사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수신료 결합징수 법안 재의결을 촉구하는 KBS 시청자위원회, 전국 18개 지역시청자위원회의 입장문 발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KBS 이사회에선 박 사장의 해당 입장문에 대해 “내용만 보면 국회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될 것 같은 분위기로 고조시키고 있으나, 사원들에겐 일종의 ‘희망고문’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야권 이사의 지적도 있었다. 이에 박 사장은 “이 법안은 KBS의 재정 안정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고 관철시켜야 되는 부분이기에 사장이 의지를 가지고 모든 역량을 동원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1%의 가능성만 있다면 총력을 다할 거고,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도 하는 식으로 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방송 광고 시장 축소에 따른 디지털 광고 확대 등 수익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묻는 이사의 질의엔 ‘디지털 콘텐츠 집중과 수익화’를 들었다. 박 사장은 “신설된 조직인 디지털전략국에서 현재 KBS의 유튜브 채널 약 177개에 대한 전반적인 리뷰를 끝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을 사실상 없앨 것”이라며 “경쟁력이 없는 곳엔 저희 리소스를 더 이상 투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영방송이라 상업적인 콘텐츠는 자제한다는 원칙 하 보도국에선 광고 연계 프로그램을 만드는 걸 금기시했지만, 디지털의 영역에선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광고 수주 목적은 아니지만 보도국에서 제작하는 디지털 콘텐츠를 콘텐츠사업국(광고국)과 협업해 가급적 광고주가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광고 친화적 콘텐츠를 만드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4일 창립기념식에서 경영 혁신, 효율화 방안으로 인력 1000명 감축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기념사에서 “현재 KBS 정원 5248명 중 20%를 감축하겠다. 1000명이 넘는 규모”라며 “미래성장위원회를 적극 가동해 예산 낭비 요인을 철저히 제거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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