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신임 임원진이 최승호 PD에게 4월까지 사직하라고 요구했다. 특정 주제를 제한 없이 장기간 취재하는 관행을 바꿔 현안 보도에 집중해 조직을 효율적으로 만들겠다면서다. 노조는 사직 강요를 중단하고 총괄 에디터는 물러나라며 반발했다.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 이후 뉴스타파의 방향성을 놓고 이어진 내부의 긴장이 표면화된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21일 구성원들에게 입장문을 내고 “내란 같은 비상 국면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주요 당면 현안에 더 힘 있는 취재를 하기가 매우 취약한 구조가 고착됐다”며 최 PD에게 사직을 요구한 배경을 설명했다. 최 PD가 5년 동안 제작하고 있는 4대강 영화를 문제 삼아 “밑도 끝도 없이 무한정 일할 수는 없다는 원칙을 세우기 위함”이라고도 했다.
이번 논란은 14일 박중석 대표가 취임한 닷새 뒤 조직개편을 앞두고 한상진 신임 총괄 에디터가 최 PD에게 갑자기 사직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한 에디터는 통보가 아니라 ‘용퇴’를 제안했다는 입장이다. 최 PD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MBC에서 해직돼 뉴스타파에서 일했다. 2017년에는 MBC 사장으로 선임됐고 재선에 도전하지 않고 2020년 뉴스타파로 돌아왔다. 이후 일선 PD로 일하며 상징적인 존재로 주목받았다.
사측은 선임기자실을 만들어 최 PD를 발령 내고 연봉계약이 시작되는 5월 전에는 영화 제작을 끝내고 자리를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애초 뉴스타파 운영규정의 정년 내용을 제시했지만 이후 나온 입장문에서처럼 조직 효율화가 더 실질적인 이유로 보인다. 취재 일선에 복귀한 김용진 전 대표도 60세를 넘었지만 맡은 역할이 많다며 사직을 요구받지 않았다. 운영규정은 취업규칙이 대체하면서 사문화되기도 했다.
노조는 20일 성명을 내고 “신임 수뇌부가 뉴스타파의 자산이자 조직에 헌신한 동료에게서 카메라를 빼앗고 펜을 꺾어버리려 한다”며 반발했다. 같은 날 임시총회를 열고 ‘제작 자율성 침해와 사직 강요를 전면 중단하고 한상진 에디터는 사퇴하라’는 요구안을 전체 노조원 37명 중 29명의 찬성으로 가결하기도 했다. 뉴스타파 전체 구성원은 50여명이다.
노조는 이번 사안을 일단 제작권 침해로 규정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새 임원진이 뉴스타파 보도의 지향점을 바꾸려는 데서 문제가 비롯됐다고 본다. 취재에 오랜 시간이 걸려도 기사가 압도적이고 결점이 없어야 한다는 탁월성 규범보다 당장 회원 유입에 도움이 되는 현안 보도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사측이 최 PD를 저성과자처럼 보는 이유도 그래서라고 의심한다.
뉴스타파 구성원들의 갈등은 2022년 대선을 사흘 앞두고 나온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와 잇따른 검찰의 강압적 수사로 심화했다. 한편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김건희 여사나 명태균씨 등을 경쟁적으로 보도하며 정파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중요한 현안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기약 없이 취재하면서 조직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 PD도 사직을 요구받은 건 자신이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비판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최 PD는 19일 SNS에 입장문을 올려 “김 전 대표와 보도 당사자인 한상진씨에 대해 비판을 하기도 했다”며 “그 과정에서 저에 대한 적지 않은 감정이 쌓이고 있다는 점도 알게 됐다. 그것이 결국 저를 축출하는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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