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프리', 방송계 만연... "근로기준법 적용해야"

20일 국회 환노위 '직장 내 괴롭힘' 현안 질의
여야 "모든 일하는 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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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다 숨진 오요안나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사건을 두고 여야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정부 대책’과 관련한 현안보고 및 질의가 진행됐다. 이날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도입된 이래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분명히 높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고통 받는 근로자가 적지 않고 현행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분들도 계신다”며 “제도 전반을 살피고 필요한 개선과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유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도 “프리랜서 등 노무제공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안에 대해선 직권조사, 직접 시정조치 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 의원들은 현안 질의에서 방송업계에 만연한 ‘무늬만’ 프리랜서 계약 구조를 지적하며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요안나씨 사건의 근본 원인은 방송업계에 만연한 무늬만 프리랜서 계약 구조 형태”라며 “프리랜서 등과 같은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의 적용도 받지 못한다. 이게 바로 이 사건의 핵심이며, 모든 일하는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도 “방송사는 비정규직 백화점이고, 고 오요안나씨 사건의 뿌리엔 이런 방송사의 고질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며 “2020년 고 이재학 프리랜서 PD가 사망했을 당시 고용부는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그 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 조건 중 하나였던 비정규직 처우 개선 방안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역시 “5인 미만 사업장,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등 노동 약자, 사회적 약자를 위해 국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근로자성을 좀 더 폭 넓게 하는 방향으로 설득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도 “근로기준법은 우리 사회에서 모든 일하는 노동자들이 적용받아야 할 가장 최소한의 법”이라며 “하지만 우리 사회 고용 구조 때문에 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500~6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정도로 많은 분들이 고통스럽다면 이 현실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김문수 장관은 이에 “여러 의원님들이 제안한 법안을 포괄해 여야 간 합의를 했으면 한다”며 “프리랜서들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근로자성의) 폭을 넓혀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발전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고용부 차관도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 된다고 본다”며 “다만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MBC, 직장 내 괴롭힘 신고 70% 자체 종결... 국회 청문회 열어야"

한편 이날 현안 질의에선 MBC 조직문화를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방송문화진흥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MBC 본사에서만 지금까지 17건”이라며 “이 중 70% 가량인 12건을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체 종결했다. 이 중에는 고인의 사례처럼 따돌림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도 3건이나 있었고, 부당한 전보 요청, 과중한 업무 부여, 모욕적인 험담, 고성, 폭언 등도 있었는데 모두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방송사 신고 건수가 총 21건인데 그 중 MBC가 12건으로 가장 많다”며 “그러나 징계나 처벌 없이 모두 사건이 종결됐다”고 지적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계약직 아나운서, 방송작가 부당해고 사건을 언급하며 MBC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소희 의원은 “몇 차례에 걸쳐 특별근로감독을 했지만 MBC의 나쁜 사내 문화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문화가 고쳐지지 않는 한 오요안나씨 같은 사건은 계속될 거라 생각한다. MBC뿐만 아니라 이런 문화를 갖고 있는 다른 기업들이 있다면 다 같이 불러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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